모든 公기관에 노동이사제 추진…"민간기업에 강제하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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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19 17:24   수정 2021-01-27 18:39

모든 公기관에 노동이사제 추진…"민간기업에 강제하면 어쩌나"


근로자가 기업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노동이사제는 일부 장점이 있다. 근로자 의견을 반영해 주요 결정을 할 수 있고, 한번 결정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선 근로자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하지만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고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경제계의 판단이다. 근로자와 노조가 반대하는 사안은 이사회가 결정을 내리기 힘들고 신속한 의사결정도 어렵다. 기업이 노조에 끌려다닐 공산이 커 혁신을 이루기 힘들고, 이 때문에 외국 자본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제계는 특히 정부가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밀어붙이는 것이 민간에도 압박이 된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은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노동관계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에 이어 기업 경영을 옥죄는 제도가 더해지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산 추진”
국내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50곳의 공공기관은 모두 지방정부 산하 기관이다. 지방정부가 조례 개정을 통해 노동이사제를 밀어붙인 결과다. 서울시가 2016년 조례를 제정해 이듬해 직원 수 100명 이상 산하기관에 노동자 이사를 임명한 후 인천, 울산, 광주 경기, 충남 등 8개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올해는 대전시가 새롭게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 중심으로 노동이사제가 도입돼 있지만 이를 중앙정부 산하기관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노동계에선 노동이사제 도입이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초 서울시 공기업 이사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공기업 이사들은 노동이사제 도입 후 경영 투명성과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아직 노동이사제에 관한 근거 법률이 없다.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 후에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김경협·김주영·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운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경영계 “시장경제 원리에 위배”
노동이사제의 사전 단계로 여겨지는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도 늘고 있다. 이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를 참관하며 경우에 따라 질의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지난해 말 기준 동서발전과 한전KPS 같은 한전 자회사 등 총 81곳이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도입했다. 전체 공공기관의 23.8%에 이른다.

기업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 중이다. 한국전력공사와 수자원공사 등은 법이 통과되는 대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의 노사 합의를 한 상태다. 정부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면 올 연말엔 400곳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영계에선 노동이사제가 확산하면 노조가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노조가 강성인 곳은 이사회가 노조에 끌려다닐 공산이 크다”며 “한국처럼 노사 관계가 대립적인 기업문화에선 노동이사제가 대립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노동이사제가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에 자유시장경제가 명시돼 있는데 기업 이사회 구성에서 근로자 대표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들의 비효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노동이사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서울교통공사의 영업손실은 2017년 3862억원에서 2018년 5322억원, 2019년 5324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근로자들이 회사 평가를 올리는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서울교통공사가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을 넘어 ‘라라밸’(라이프-라이프 밸런스)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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