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으로 전성기, 'G4'부터 부진…LG 휴대폰 25년사

입력 2021-01-21 08:52   수정 2021-01-21 09:52


LG는 1995년 ‘화통’ 브랜드로 휴대폰 사업을 시작했다. 브랜드명은 프리웨이를 거쳐 싸이언으로 안착했다. LG전자 휴대폰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2010년대 들어 한국에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의 얘기다. LG전자 휴대폰 '싸이언(CYON)'은 삼성전자의 '애니콜(Anycall)'과 함께 한국 피처폰 시장을 양분했고 세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대표작인 히트작이 2005년 11월 출시한 '초콜릿폰'이다. 막대 초콜릿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색 케이스에 붉은색 터치패드 빛이 어우러져 '고급스럽다'는 찬사를 받았다. 두께도 14.9mm로 얇았다. 패션에 관심 좀 있다던 소비자들은 대부분 초콜릿폰을 손에 들고 다녔다. 2005년 4분기 휴대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 영업이익은 2174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70% 증가한 수치다. 2007년 상반기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며 'LG 휴대폰의 신화'를 만들었다.

바톤은 2007년 5월 프라다폰이 이어받았다. 프라다폰은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프라다와 LG전자가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함께한 휴대폰이다. '88만원'이란 당시 최고 가격으로 출시됐지만 3인치 대형 터치스크린과 12.9mm의 얇기, 95g의 초경량을 앞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로도 5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뷰티폰'(2007년 12월), 인기 아이돌그룹 '빅뱅'과 '2NE1'이 부른 '롤리팝' 노래로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롤리팝폰'(2009년 3월 출시)도 LG전자 휴대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스마트폰 시대에 피처폰 고수
LG전자 휴대폰 사업에 암운이 드리운 건 2010년께부터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왔지만 LG전자는 시대의 흐름을 외면했다. 2009년께부터는 한국에서도 스마트폰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LG전자는 여전히 피처폰을 붙들고 있었다. 2009년 9월 '뉴초콜릿폰', 2010년 2월 '롤리팝2'를 출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들은 외면했다. LG전자에서 휴대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2010년 2분기 13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경쟁사 삼성전자와는 상황이 달랐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을 놓고 수년 간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다. 아이폰으로 치고 나온 건 애플이지만 삼성은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패스트 팔로잉'(추격 전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2012년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대반전'으로 평가됐다. 2010년 8.0%의 점유율로 노키아, 애플, 림에 이어 4위였지만 갤럭시의 인기로 2년만에 30% 점유율 고지를 넘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비상을 지켜보기만했다. 시장 대응이 한 발씩 늦었다. 2010년 6월 옵티머스Q를 시작으로 '옵티머스' 시리즈를 3년간 시장에 내놓았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LG전자의 스마트폰에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에서 보였던 독창성이 사라졌다.

내부에서 곪고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7년 1월부터 2010년 9월까지 LG전자 대표이사를 맡았던 남용 부회장이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력 강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반전 노렸지만 애플 삼성전자에 밀려
LG전자는 2013년 8월 브랜드명 '옵티머스'를 버렸다. 대신 'G'를 전면에 내세웠다. 절치부심한 LG전자는 디자인과 UI(유저인터페이스), 기능을 대폭 강화한 'G2'를 선보였다. 시장의 반응은 괜찮았다. MC사업본부는 2012년 4분기에 '7분기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2014년 5월 출시된 'G3'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당시 MC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었던 박종석 사장은 "G3를 1000만대 이상 판매하는 게 목표"라며 "스마트폰 세계 3위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중흥기'는 짧게 끝났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구축해놓은 점유율 장벽을 깨기엔 LG전자의 힘이 약했다. 박종석 사장의 뒤를 이어 2015년 3월부터 MC사업본부장을 맡게된 '마케팅 전문가' 조준호 사장도 대세를 뒤집지 못했다.

조 사장은 '마케팅 전략가' 답게 당시까지 없었던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보였다. 'G4'는 천연가죽을 커버 소재로 택했다. 'G5'는 스마트폰 최초의 '모듈형' 제품이었다. 하단 측면 버튼을 누르면 배터리 부분이 빠지는 구조다. 신기하게 바라봤던 소비자들은 제품에서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 G4는 가죽케이스가 발열 문제를 일으켰다. G5의 모듈형 구조는 '벌어짐'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V10'엔 전면부에 두 개의 카메라를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V20'을 출시하면서는 'Hi-Fi Quad DAC'이란 오디오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원음을 최대한 느끼게 해주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폰 공세까지23분기 연속 적자로 두 손 들어
소비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특이하긴한데 정말 소비자가 필요한 기술인지는 모르겠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2019년부턴 화면이 가로로 돌아가는 'LG 윙', 스마트폰 패널 두 개를 붙여 쓸 수 있는 'LG V50S 듀얼스크린' 등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했지만 관심을 끄는 데 그쳤다.

그렇게 2015년 2분기부터 시작된 MC사업본부 적자는 작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으로 이어졌다. 이 기간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조준호 사장, 황정환 부사장, 권봉석 사장(현재 CEO), 이연모 부사장이 맡았지만 반전엔 실패했다. 프리미엄 폰에선 애플, 삼성전자를 넘어서지 못했고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 브랜드에 밀렸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20일 사내메시지를 보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매각, 사업 축소 등을 시사했다. 누적적자 5조원, 시장점유율 1%대로 코너로 몰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평가가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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