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음식도 정갈했던 어머니, 박완서 문학의 지킴이로 살아야죠"

입력 2021-01-20 17:31   수정 2021-01-20 23:56

“부엌에서 요리하다 보면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요. 어머니께서 음식을 장만하시던 모습, 소설에서 음식을 묘사한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죠.”

22일 타계 10주기를 맞는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맏딸 호원숙 작가(사진)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신간 산문집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에서 부엌과 음식을 매개로 어머니를 추모했다. 《나목》 《그 남자네 집》 《한 말씀만 하소서》 등 박완서의 대표작에 나오는 문장들도 글 중간중간 인용했다.

호 작가는 경기 구리의 ‘노란 집’에서 살고 있다. 어머니가 생전에 살다가 물려준 집이다. 김윤식 문학평론가를 비롯해 많은 문인의 사랑방 역할을 했고, 딸에겐 어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어머니께서 쓰신 산문집 《호미》를 읽다 보면 ‘나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건 참을 수 있지만, 맛 없는 건 절대로 안 먹는다’는 구절이 나와요. 글을 쓰실 때도, 밥상을 차리실 때도 정말 정갈하고 철저한 분이셨죠.”

박완서는 어떤 어머니였을까. 호 작가는 “평범한 일상에서 빛을 찾을 수 있는 분이었다”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요리책이 함께 꽂힌 책장에서 왠지 모를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신작 산문집엔 ‘엄마이자 아내’인 박완서의 모습이 곳곳에 등장한다. 매일 저녁 남편의 퇴근 즈음 술상을 차리며 행복을 느꼈다. 만두를 유난히 좋아했던 아들이 25세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의 괴로움을 만두를 빚으며 이겨냈다고 한다.

“어머니를 기억하며 글을 쓰는 게 참 편안했어요. 부엌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추억하고, 어떤 음식을 만들까 고민하고, 맛깔스럽게 요리하는 과정을 책에 담았습니다. 저의 글을 읽는 독자들도 어머니의 작품을 떠올리고, 자기만의 해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해요.”

‘박완서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호 작가는 “만약 내가 그 수식어에 부담을 느낀다면 그건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머니는 삶의 자유를 정말 중시하셨어요. 자녀들도 그런 자유를 온전히 누리길 원하셨죠. 부엌의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엌에서 어머니만의 리듬이 있었듯, 저도 저만의 리듬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어요.”

호 작가는 “앞으로도 ‘박완서 문학’의 지킴이로 살아가겠다”며 “어머니와 함께한 부엌과 어머니의 작품을 죽을 때까지 잘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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