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석의 메디토크] 코로나 팬데믹에 드러난 국제 보건역학

입력 2021-01-20 17:45   수정 2021-01-21 00:07

최근 국내에서 접종할 코로나19 백신의 종류, 접종 시기 및 물량 확보와 관련해 많은 논란이 일었다. 백신 물량 확보와 접종이 늦어진 점에 대해 대정부 비판이 쏟아졌고, 대책 수립 논의보다는 이를 둘러싼 정쟁이 치열했다. 일부 정치인의 ‘백신 마루타’, ‘백신 추정 주사’, ‘백신 구매와 관련된 비밀협약’ 같은 비과학적인 언급은 국민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맞이 기자회견에서 백신 접종 계획과 부작용 등 안정성에 대한 정부 대책을 밝힌 것을 계기로, 백신을 둘러싼 정쟁과 비과학적 논쟁 없이 국민이 마음놓을 수 있는 실용적인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코로나19가 무차별 확산하면서 세계 각국은 방역 대책에 골머리를 앓았다. 백신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거친 뒤 유통·접종하기까지 쉽지 않은 고개를 수없이 넘어왔다. 과학이 발전한 덕분에 1년 안에 백신을 개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감염병을 포함한 보건과 관련한 결과에는 복잡해진 국제적 역학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우선, 국제 공중보건의 중심기구로 여겨지던 세계보건기구(WHO)와 그 수장의 무능한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소설과 영화로도 인기를 얻은 ‘다빈치 코드’ 속편에 등장하는 WHO 사무총장은 C-130 수송기를 개조한 전용기를 타고 전 세계 감염병 현장을 누비며 활동하는 지도자지만, 이제는 그 모습이 영화 속 허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미국 지원이 줄어든 틈을 타 늘어난 중국의 재정 지원에 중심을 못 잡고, 전문성 없는 외교관 경력의 인물을 수장으로 선출한 국제기구의 안타까운 위상을 확인했을 뿐이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관계가 개선되겠지만 이전의 위상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전 세계 질병과 빈곤 퇴치를 위해 활동해온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 & 멀린다 게이츠재단의 역할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이미 코로나 팬데믹 해결을 위해 1조7500억원이 넘는 재원을 투입, 아프리카 등 빈민국의 코로나 검사 등 대응을 지원하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25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전에는 강대국들이 하던 역할을 민간재단이 하고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 일가와 워런 버핏 등 소수의 이사진이 의사결정을 하는 민간재단에 글로벌 팬데믹 대처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재단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하지만 소수의 인사에 의해 운영되는 구조여서 독선적인 의사결정이 우려되기는 한다.

미국은 방역에는 실패했지만 국립보건원(NIH),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식품의약국(FDA)과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장의 위상은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과학적인 판단의 리더십이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서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방역 실패와 대비해 대만, 뉴질랜드,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의 대처 능력과 백신 확보 등은 인구가 적고 섬나라라는 특징도 있지만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정책 결정의 전문성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백신 개발에 성공한 글로벌 제약사와 이를 수탁생산하는 국내 민간기업, 백신 연구개발 투자와 구매 계약 등과 관련한 문제 또한 복잡한데 그것이 우리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던 아쉬운 부분이다. 접종 우선순위 등의 공정성, 냉동 백신을 포함한 백신과 치료약의 원활한 유통체계도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다.

이런 국제적인 새로운 역학관계 속에서의 의사결정은 전문성과 신속함이 요구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전문성도 갖춘 리더십을 지닌 인사가 우리 보건당국에 있는지 의문이다.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전문성 있는 인사를 발탁해 그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정치공학적인 고려는 배제한 채 재정 우선순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팬데믹 극복의 관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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