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 정당성 얻으려면 현 정권 의혹부터 규명해야

입력 2021-01-21 17:56   수정 2021-01-22 00:10

우여곡절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어제 공식 출범했다. 공수처는 전·현직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포함, 3급 이상 공직자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받은 권력형 비리수사 전담기구다.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범죄에 대해서는 기소권도 가진다.

공수처 출범은 검찰의 기소독점 체제를 허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수사권에다 기소권까지 독점했던 검찰의 권한 행사에 대해선 늘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특히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죽은 권력’에 대해서는 한없이 엄정했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공수처 같은 기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관건은 논란 끝에 탄생한 공수처가 이런 요구에 부응해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지 여부다. 현행 공수처법만 놓고 보면 대답은 ‘글쎄’다. 지난해 말 여당이 일방적으로 법을 개정하면서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비토권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집권세력이 고른 공수처장이 ‘살아 있는 권력’에 수사의 칼을 겨눌 가능성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검찰과 경찰은 공수처장이 요구하면 수사 중인 사건을 넘겨야 한다. 정권 비리 수사를 공수처장이 이첩받아 뭉개버리면 관련 사건은 묻혀버릴 수도 있다. 야당과 법조계 안팎에서 공수처법에 반대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이 없지는 않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정치적인 고려 없이 사실과 법에 입각해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김 처장이 이 말을 실천으로 옮긴다면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공수처는 그 나름의 존재 이유와 정당성을 인정받는 조직이 될 수 있다.

그 첩경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로비 사건 등 현 정권 관련 의혹이 짙은 사건부터 철저히 수사하고 규명하는 것이다. 이들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은 공수처가 진정한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기관인지, 아니면 ‘권력의 만능 방패막이’인지를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김 처장은 온 국민이 공수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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