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연기금 뉴딜 투자" 압박, 부당한 월권 아닌가

입력 2021-01-21 17:57   수정 2021-01-22 00:11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올해 역점사업인 ‘한국판 뉴딜’을 지원하기 위해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연기금 및 공제회의 자산운용에 간섭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어제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간담회에서 ‘부동산 자금의 뉴딜금융 전환’을 올해 주요 과제로 정하고, 연기금·공제회에 오피스빌딩 등 부동산 투자비중 축소를 권고하기로 했다. 오늘은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만나 같은 내용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권고’라고는 하지만 당정이 합의한 마당에 이를 무시하고 독자적 운용을 고수할 기관투자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자문회의 의장인 김진표 의원은 “부동산으로 쏠린 자금을 한국판 뉴딜 민간투자로 돌리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라고 강변했다. 이런 주장이 전혀 일리 없는 게 아니더라도 자산운용에선 비(非)전문가인 정치인과 관료들이 전문가인 연기금 등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장기 수익률 제고에 별 도움이 안 될 소지가 다분하다. 연기금·공제회 관계자들은 “기관들이 투자한 빌딩은 대개 공실률이 비교적 낮은 데다 가격도 꾸준히 상승추세여서 투자를 막는 게 적절치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3위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등을 이용해 수익률 제고보다는 정부 시책에 발맞춰 ‘기업 길들이기’에 더 치중한다는 비판이 경제계와 전문가들에게서 제기되는 터다. 그런 마당에 당정이 가입자들 자산인 연기금의 운용까지 간섭하려고 하니,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한국 정부가 기름을 붓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연기금의 뉴딜 투자로 손실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더구나 한국판 뉴딜은 ‘지역균형’이란 명분을 내걸었지만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사업’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연기금을 동원한다면 “국민 노후자금을 매표(買票)용 ‘쌈짓돈’으로 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연기금과 공제회는 오피스빌딩 등 부동산에 정통한 전문가집단이다. 이들이 아파트에 투자해 집값을 자극하는 것도 아니다. ‘정치’가 할 일은 연기금이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도록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지, 투자처까지 지정해주는 게 아니다. 뉴딜 투자가 수익성이 높다면 하지 말래도 스스로 투자할 것이다. 운용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정치는 손 떼는 게 가뜩이나 고갈속도가 빨라지는 국민 노후자금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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