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전문가 모시자"…삼성·LG·SK, 사외이사 영입 전쟁

입력 2021-01-22 16:57   수정 2021-01-23 01:38


삼성전기 이사회에는 보상위원회라는 명칭의 소위원회가 있다. 경계현 사장을 비롯한 등기임원의 연봉과 성과급 등을 심의하고 승인한다. 작년까진 강봉용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이 보상위원 자격으로 자신을 포함한 등기임원의 보수 결정에 관여했다.

올해는 강 부사장이 위원에서 빠진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11일 보상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꾸렸다. 임원 보수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사회 ESG위원회 신설 바람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은 이사회에 ESG 경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소위원회를 앞다퉈 조직하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2일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ESG위원회는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신설 ESG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카카오는 지속가능경영 활동의 기초가 되는 기업지배구조헌장도 공개했다.

금융권에서도 ESG위원회 신설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29일 ESG 전략 및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설치했다. 지난해 3월엔 KB금융지주도 이사회 전원(9명)이 참여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DGB금융지주도 지난달 28일 그룹의 지속성장을 이끌기 위한 목적으로 ESG위원회를 이사회 소위원회로 설치했다.

산업계에서도 올 들어 ESG위원회가 화두가 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거버넌스위원회에 ESG 경영 관련 이행 사항을 검토·총괄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름까지 ESG위원회로 바꿨다. 위원장 등 구성원은 모두 사외이사다.
‘거버넌스 투명성 강화’ 움직임
이사회가 ESG 경영을 강화하는 건 ESG 중 G(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지배구조를 ‘기업 지속가능성’의 원천이자 척도로 평가하는 영향이 크다. 주요 그룹의 총수 세대교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4대 그룹의 한 ESG담당 임원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기업가치 창출과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젊은 총수들도 ESG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이 특히 ESG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LG그룹 각 계열사 이사회엔 ESG 관련 소위원회가 없다. 최근 구광모 LG 회장이 ESG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주사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담당 팀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LG 계열사 이사회에도 ESG위원회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 관계자는 “이사회에 ESG 관련 조직이 필요한지에 대해 다른 회사 움직임을 지켜보며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SG위원회를 두지 않더라도 기업들은 이사회를 통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GS리테일은 GS계열사 중 최초로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임춘성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GS의 첫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이 밖에 한화도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설치를 검토 중이다.
삼성, ESG위원회로 이름 변경 추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이사회 내 거버넌스 관련 조직을 두고 있는 기업들은 내실화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거버넌스위원회의 명칭을 ESG위원회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외이사 6인이 거버넌스위원회에서 환경, 사회적 책임을 포함한 실질적인 ESG 경영 활동을 하기 때문에 큰 걸림돌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3월 ESG 전문가들이 사외이사로 주요 기업 이사회에 대거 입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기가 만료되는 상장사 사외이사는 346명이다. 삼성전자(3명) SK하이닉스(3명) 현대자동차(3명) 등 주요 기업 사외이사들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은 ESG 경영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 위해 벌써부터 ‘섭외 전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 한 계열사 사장은 “교수와 관료 출신도 좋지만 ESG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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