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구글 벌벌 떤다?…바이든 '빅테크 규제' 실체 뜯어보니 [노정동의 3분IT]

입력 2021-01-24 07:00  


지난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이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는 바이든이 진짜 '테크 규제론자'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후보자 시절부터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에 강경 발언을 해온 바이든이 정작 취임 후에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다툼 문제 때문에 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또 하나의 거대 권력으로 떠오른 이들 기업들의 힘을 빼놓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 '찬성' 뜻
바이든이 구글·애플·페이스북 등 대규모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한 '반독점 책임자' 제도를 신설할 것으로 최근 알려졌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 측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는데 이 같은 제도가 만들어진다면 빅테크를 겨냥한 첫 번째 압박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반독점 책임자 자리가 단지 백악관과 실리콘밸리 사이에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백악관에서 실리콘밸리를 감독하는 자리가 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이 같은 보도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금지법 위반행위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의 면책특권을 규정한 통신품위법(CDA) 230조 폐지에도 찬성의 뜻을 밝힌 것이 한 예입니다. 통신품위법 230조 조항은 사용자들이 제작해 올린 콘텐츠에 대해 소셜미디어 업체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은 당선인 시절 이 법이 많은 IT 기업에 그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바이든은 선거 운동 기간 이 법을 전면 폐지하도록 의회에 촉구한 적도 있습니다.

백악관 부비서실장에 내정된 브루스 리드는 대선 이후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소셜미디어 업체들에 그들의 사이트와 서비스에 게재된 것에 책임을 물리는 일은 "진작 했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민주당의 리처드 블루멘털(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이 조항을 재논의해 IT 기업들에 더 큰 책임을 물리는 조치를 채택하는 문제를 놓고 바이든 캠프 측과 광범위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이른바 '블루웨이브' 정국에서 민주당 당론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도 빅테크 기업들이 넘어야 할 산입니다. 민주당 채택안으로 알려진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의 '디지털 시장 경쟁 보고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 남용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반독점법 강화와 독점 기술기업 분할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골자입니다. 이미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정부로부터 줄줄이 소송을 당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말 미 워싱턴 연방법원에 페이스북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한 바 있습니다. 앞서 미 법무부 역시 지난 10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테크 규제론자 대거 전면에
바이든 대통령 1기 인사의 면면을 보면 이 같은 빅테크 규제론에 한 층 더 힘이 실립니다. 우선 증권거래위원장에 지명된 개리 겐슬러가 규제를 예고하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오바마 정부 시절 상품선물거래위원장(CFTC)을 지낸 겐슬러는 2018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로 합류하면서 블록체인 기술 관련 강좌를 개설해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미 파이낸셜타임스는 "겐슬러는 오바마 정부 시절, 금융 위기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재무부 금융담당 국장 등으로 일하며 규제 받지 않은 금융과 파생상품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목격했고, 그래서 통제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겐슬러는 MIT 시절 "신기술엔 이에 걸맞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장에 지명된 로힛 초프라도 대표적인 테크 규제론자로 꼽힙니다. 초프라 신임 국장은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최측근입니다. 초프라 신임 국장은 FTC 위원 시절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 등 사용자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FTC가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하자 "제재가 너무 약하다"며 '반대표'를 던진 인물로 유명합니다.

초프라 신임 국장은 2018년부터 FTC 위원으로 일하며 줄곧 빅테크 규제를 주장해왔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대형 IT 기업 9곳이 이용자의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는지 설명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며 "이들 산업에 대한 많은 것이 불투명하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CNN은 "초프라 신임 국장의 지명은 바이든이 금융과 산업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감독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경기둔화·중국과 패권 다툼…"규제 쉽지 않을 수도"
그러나 정작 바이든의 빅테크 규제는 '페이크 모션'으로 끝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중국과 '기술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바이든이 이들 기업에 무리가 갈만한 규제책을 꺼내놓기란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4월 14.7%까지 오른 상태이며, GDP 성장률도 지난해 2분기 사상 최악의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땅에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후 실업률은 다소 회복세에 들어가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6.7%로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테크 기업들의 법인세 인상 같은 규제는 쉽지 않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게 현지 경제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둔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 중국과의 패권 다툼에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점,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친(親) 실리콘밸리 인맥 등을 감안하면 아무리 의회가 '블루웨이브'라 하더라도 규제를 강하게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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