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맵지만 행복 주는 '겉절이 효과'

입력 2021-01-24 18:12   수정 2021-01-25 00:09

몇 주 지났지만 아직 행복한 여운이 남아 있는 이야기다. 새해 첫날 유럽의 해외 법인장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떡국과 함께 어설픈 솜씨로 준비한 겉절이가 너무 매워 당황스러웠지만,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맛보면서 즐거웠다는 내용이었다. 매운 소식치곤 가슴이 뭉클했다.

해외 주재원들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늘 헛헛해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직원들끼리도 편히 만나지 못하는 어려움까지 더해졌다. 이를 달래주고자 떡국과 겉절이를 준비한 관리자의 자발적 행동이 직원들에게 잔잔한 행복을 줬을 거라 생각하니 많이 고마웠다.

행복해하는 직원. 기업인으로서 늘 가슴에 담고 다니는 화두가 아닐 수 없다. 그럼 왜 기업인은 직원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할까. 행복감의 기저에는 존중과 인정이 자리한다. 행복해하는 직원은 자발적으로 일에 임하고 창의력과 집중력을 발휘한다. 높은 성과는 예정된 결과다. 플러스 효과다. 기업인은 이 과정을 경험과 직관으로 알고 있다. 반면 마지못해 일하는 직원은 회사보다 자신의 이익과 편법을 앞세운다. 마이너스 요인이다. 생산성의 차이는 양극으로 벌어진다.

생각을 국가와 기업인의 관계로 바꿔보자. 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템을 사업화하고자 하는 모험적 기업가가 있다. 국가와 사회는 그에게 나쁜 선입견과 편견이 아니라 존중과 인정을 표한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일에 감시와 규제가 아니라 격려와 지원을 보낸다. 그의 사업으로 인해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더라도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면 시도와 도전은 장려된다.

시간을 40여 년 전으로 돌리면 그때가 이랬다. 한국 기업인에게 세계는 좁고 할 일은 너무 많았다. 그들이 앞장서면 관료가 밀어주고 금융이 지원했다. 그들은 정글과 사막을 가리지 않고 배수의 진을 치고 투혼을 불살랐다.

1973년 석유파동으로 세계가 망연자실해 있을 때 대한민국의 한 기업인이 가장 먼저 중동에 진출했다. 당시 그곳에는 오일 달러가 넘쳐나고 있었다. 토목과 건설 수요는 불길처럼 솟아올랐다. 그러나 살인적인 불볕더위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날씨에 모래 폭풍까지 휘몰아치는 사막으로 달려가 일하고자 하는 이는 없었다.

그는 악조건을 기회로 바꿨다. 뙤약볕엔 철야 작업으로 대처하고, 가뭄은 연중무휴 현장 가동의 이점으로 삼고, 모래는 자재로 쓰고, 석유를 싣고 보낸 배에는 물을 가득 받아 공사가 아니라 기적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석유파동 속에서도 가장 성장한 나라가 됐다.

지금도 이국땅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해외 파견 근로자들이 상당하다. 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들이, 그리고 한국이 튼튼해지고 있다. 그들이 부족한 재료로 만든 매운 겉절이에서 작은 행복과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기업인은 직원의 행복을 고민하고, 그 고민이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는 신축년 새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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