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중국과 인도의 긴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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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1-24 18:21   수정 2021-01-25 00:20

[천자 칼럼] 중국과 인도의 긴 악연

인도가 생산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200만 회분이 지난주 방글라데시에 도착했다. 네팔(100만 회)과 부탄(15만 회), 몰디브(10만 회)에도 전달됐다. 모두 무료다. 이번주에는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세이셸, 모리셔스에 인도산 백신이 무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인도 제약사 세럼인스티튜트는 세계 최대 백신 제조회사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맺고 연 10억 회분 규모를 생산하고 있다. 인도는 백신 2000만 회분을 이웃 국가들에 제공하면서 친(親)중국 성향인 네팔 스리랑카 등의 환심을 사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당초 중국 백신 11만 회분을 받으려다 개발비 부담 요구에 이를 포기하고, 훨씬 많은 양의 인도 백신을 공짜로 받게 됐다.

이에 놀란 중국은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에 백신 50만 회분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 캄보디아, 필리핀에도 무료 지원을 약속했다. 로이터통신 등 해외 언론은 “영토 분쟁으로 갈등 중인 두 인구 대국이 ‘백신 외교’ 경쟁으로 아시아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며 “그 이면에는 오랜 악연이 얽혀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 갈등은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던 1914년 설정한 국경선에서 비롯됐다. 1949년 중국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뒤 시작된 충돌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다. 지난해에도 유혈 충돌이 벌어져 인도에서 반중(反中) 불매운동이 불붙었다.

중국이 2013년부터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으로 주변국들을 묶어 인도를 압박하자 양국의 신경전은 더 날카로워졌다. 각국 항구에 중국 군함들이 정박하고,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빚더미에 몰려 ‘부채의 늪’에 빠지자 인도의 반격이 거세졌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둘러싼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인도의 AIIB 지분은 중국 다음으로 많지만 발언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중국이 “올해 AIIB 기금 130억달러를 코로나 백신 구매용으로 대출하겠다”고 하자 인도는 “또 개도국 부채만 늘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국의 악연은 쉽게 풀리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 평균연령 29세로 중국(38세)보다 젊은 인도의 잠재력이 미래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지 궁금하다. 그나마 중국군 1만여 명이 최근 인도 접경 히말라야 고산에서 혹한을 핑계로 철수했다니, 국경 긴장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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