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숙 양심고백…"정의당에 경악? 민주당 논평 부끄럽다" [전문]

입력 2021-01-26 15:14   수정 2021-01-26 23:03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으로 사퇴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충격을 넘어 경악”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권인숙 민주당 의원(사진)은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권인숙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사과합니다’ 제목 글을 올려 “어제는 종일 여러 소식으로 마음이 무척 복잡했다. 오전에는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알려졌고, 저녁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시장의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하는 결정을 발표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사건 소식도 충격적이었지만,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에서 발표한 입장문은 사실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다”며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민주당이 최인호 수석대변인 명의로 낸 브리핑을 언급한 것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정의당은 무관용 원칙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소속 정당이 낸 공식 입장문에 대해 일종의 양심고백을 한 셈. 비례대표 초선인 권인숙 의원은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고문 사건 당시 변호인단 막내 변호사로 활동하며 권인숙 의원을 도왔다.

권인숙 의원은 “정의당 사건이나 박 전 시장 사건은 평소 주장하는 가치·신념이 무엇이든 성폭력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다른 당 비난할 여유가 없다. 민주당은 반복돼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 원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반드시 해결해내야 하는 책무를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전 시장을 비롯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까지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 문제부터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특히 지금은 박원순 시장 사건 관련 피해자나 관계자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는 상황”이라며 “당이 나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지자와 국민에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다. 수권정당으로서, 진보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 정당으로서 반성과 성찰의 태도로 걸어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래는 권인숙 의원 페이스북 글 전문.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사과합니다>

어제는 종일 여러 소식으로 마음이 무척 복잡했습니다. 오전에는 정의당 당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알려졌고, 저녁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시장의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하는 결정을 발표하였습니다.

사건에 대한 소식도 충격적이었지만,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에서 발표한 입장문은 사실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습니다.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정의당의 사건이나 박 전 시장의 사건은 성폭력이 평소에 주장하는 가치 신념이 무엇이든 구체적인 관계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상대방 특히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는 것이 무엇인지 체득하고 실천하는 게 얼마나 쉽지 않고, 치열한 개인적 집단적, 조직적 노력이 필요한지를 말로는 강조해도, 현실에서는 잊고 살게 되는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다른 당 비난할 여유가 없습니다. 민주당은 반복되어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반드시 해결 해내야 하는 책무를 잊으면 안 됩니다. 특히 지금은 박원순 시장 사건 관련 피해자나 관계자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는 상황에 있습니다. 이제는 당이 나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지자와 국민에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수권정당으로서, 그리고 진보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 정당으로서 구태의연함이 아니라 반성과 성찰의 태도로 걸어가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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