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6월 전이라도 가능하다" 전망 나오는 이유 [노경목의 미래노트]

입력 2021-01-30 00:34   수정 2021-01-30 00:36


최근 만난 경제부처 관계자는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백신 접종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잦아들면 물가 상승률이 금새 5% 이상으로 튀어오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빠르게는 6월말, 7월초라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많은 이들은 "2023년말까지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말을 기억한다. 하지만 미국 뉴욕에서도 근무했던 이 관계자는 "Fed가 얼마나 자주 말을 바꾸는지 아느냐"고 반문한다.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이같은 상황을 한번에 반전시킬 수 있는 변수다. 그가 이야기한 근거를 하나씩 짚어보며 현실화 여부를 생각해볼 가치는 있다.
인플레이션의 '지니'가 호주머니에서 깨어날 것
첫번째는 수요와 관련해서다. 심리적인 호전이 수요를 폭발시키며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푼 돈은 시스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말 그대로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인 은행 등 금융사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혈했다.

이같은 돈은 은행 도산에 따른 시스템 위기를 막는데 쓰였다. 말 그대로 1조달러를 풀든, 2조달러를 풀든 실제 시장에서 사용되는 돈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실업자부터 소상공인까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현금을 꽂아줬다. 언제든 개인의 호주머니나 금고에서 나와 사용될 수 있는 돈이다.

코로나에 따른 불안감이 사라지는 순간 언제든 물가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유동성이다."

사실 이같은 전망은 금융시장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올들어 미국과 유럽 등에서 향후 5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상승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광범위한 하반기 경기 회복(A massive second-half recovery)'이라는 기획 기사에서 백신 접종과 각국의 재정 완화 정책 등이 하반기에 강한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화당이 비판적이지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1조9000억달러의 경기 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인들의 평균 소득을 9%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역시 이와 비슷한 7500억유로 규모의 '부흥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백신 접종이 비교적 빨리 시작된 미국과 영국에서는 2분기에 경제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신 접종이 집단 면역에 이르기 전에도 확진자 감소로 이어지며 소비 활력 증진을 통한 성장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급된 유동성은 실제 소비로 이어지기보다는 자산시장에 흘러들어갔다. 봉쇄와 이동제한이 이어지며 소비자들이 돈을 쓸 기회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들은 큰 부담 없이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위협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호주머니에 있는 현금은 소비로 연결되고 이는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회복을 이유로 저금리를 마냥 유지할 수 없는 시점이다.
생산자 물가 상승도 40년만에 본격화
공급 사이드에서도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발생한다. 다시 해당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최근 10여년간 저물가에는 중국이 기여한 바도 컸다. 공산품 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효과가 끝나간다. 중국의 생산비는 오르는 가운데 이를 대체할 생산기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생산 요소 비용이 오르면서 물가도 따라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책이 있다. 모건스탠리에서 오랫동안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찰스 굿하트와 마노즈 프라단이 함께 쓴 '인구 대전환(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이라는 책이다.

이들은 여기서 1980년대 이후 40년간 지속돼 온 저물가 기조가 전환되고 있으며 세계 경제가 고물가·고금리에 지배되는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지난 40년간 저물가의 원인은 세계화와 중국의 세계 경제 편입에 있다. 1979년 중국의 개혁 개방과 1990년대 러시아 등 동구권 개방으로 노동비가 크게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우루과이라운드 체결과 WTO 체제 등장으로 세계 분업구조는 어느 때보다 확산됐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비가 떨어지고 이는 물가 상승률을 떨어뜨렸다.

국제 분업 구조의 확산은 선진국 내에서 임금 상승률을 낮추는 효과도 있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확대되며 노동 인력 증가 속도는 인구 증가 속도를 추월했다.

이는 구조적으로 임금 인상을 틀어막고 저금리를 통한 자산가격 및 부채 증가로 연결됐다. 지난 40년간의 흐름인 동시에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강화된 추세다.

저자들은 인구 구조 변화로 이같은 시스템이 더는 작동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생산 인구를 소비 인구(은퇴 연령층)가 압도하며 생산자의 몸값이 올라가고 이는 생산비와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갈등으로 세계 분업구조의 작동이 예전처럼 순조롭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생산자 물가를 끌어내렸던 요인들이 구조적으로 지속 불가능해지면서 1980년 이전의 높은 물가 상승과 고금리 정책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떤 것도 자신하기 힘든 코로나 이후 세계
물론 경제부처에서 일한다고 미래를 더 잘 맞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 담당자가 "내가 만든 정책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믿고 집을 팔았다 낭패를 본 사례가 심심찮게 들린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살펴본 물가 상승과 금리 정책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각각 반론도 존재한다. 최근 증시 조정과 미국 및 유럽의 저조한 경제 지표 회복에서 보듯 경기가 폭발적인 회복세를 보일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고령화와 노동인력 감소는 물가 상승보다는 장기 저물가 내지는 물가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 여전히 '세계의 일본화'를 두려워해야할 시점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래와 관련해 가능한 많은 시나리오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이후에 어떤 세상이 올지 쉽게 단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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