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년 -3.5% 역성장…74년 만에 최악

입력 2021-01-28 23:24   수정 2021-01-29 01:3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미국 경제가 작년 -3.5%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였던 1946년(-11.6%) 이후 74년 만의 최악 성적표다. 역대 최대인 약 3조달러의 부양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경기 침체를 막지 못했다. 작년 말 변이 바이러스까지 출현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더뎌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작년에만 810만 명 빈곤층 전락
미 상무부는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4.0%(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4.2~4.7%)를 밑도는 결과다. 연율은 현재 분기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한 뒤 환산한 수치다.

미 성장률은 작년에 전례 없는 폭으로 급등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3월 11일)이 나왔던 작년 1분기에 -5.0% 성장했던 미 경제는 2분기에 -31.4%로 급전직하했다. 3분기엔 기저 효과 덕분에 33.4%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변동폭은 정부가 분기별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47년 이후 가장 컸다.

미 GDP는 2017~2019년만 해도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연간 2.2~2.9%씩 증가했다. 작년 -3.5% 역성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2.5%)은 물론 세계 대전 직후보다도 좋지 않은 수치다. 미 경제는 제2차 오일쇼크가 닥쳤던 1982년에도 1.8% 마이너스 성장하는 데 그쳤다. 팬데믹에 따른 경제 봉쇄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미국 내 빈곤율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시카고대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빈곤율은 11.8%로, 1년 전 대비 2.4%포인트 상승했다. 작년에만 810만여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는 계산이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 서비스업 일자리가 일거에 사라지는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며 “얼마나 더 지나야 어두운 터널의 끝을 볼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미 성장률은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로 세 차례 나눠 발표되는데, 이날 수치는 속보치다.
“고용 여전히 불안…1분기도 우려”
올 1분기 경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 GDP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침체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고용 상황도 심상치 않아서다.

이날 미 노동부가 내놓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84만7000건으로, 여전히 80만 건을 웃돌았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이던 작년 3월 초까지만 해도 매주 21만~22만 건에 불과했다. 팬데믹 직후 사라졌던 2220만 개의 일자리 중 현재 복구된 건 1240만 개뿐이다.

작년 11월부터 두 달 연속 6.7%를 기록했던 미 실업률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올 1월 실업률이 전달 대비 오히려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소매판매는 작년 10월부터 3개월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투자은행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작년 말부터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전국 봉쇄 조치가 강화됐다”며 “올해 1분기에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부양책이 제대로 집행될지도 미지수다. 국가 부채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야당인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올해 경제가 작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역시 작년의 기저 효과 덕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달 중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미 경제는 올해 4.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골드만삭스는 백신 접종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는 가정 아래 6.6% 깜짝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회계컨설팅 회사인 RSM의 조지프 브루셀라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핵심은 백신 접종”이라며 “접종이 제대로 이뤄져야 경기 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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