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갈매깃살'은 왜 '갈매기살'에 밀렸나

입력 2021-02-01 09:01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원화 강세 흐름이 요즘은 오르락내리락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원화 환율 움직임에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 원화도 외환시장에서 사고파니 가격이 매겨진다. 그게 ‘원화값’이다. 이를 규범에 맞게 적으려면 ‘원홧값’이라고 해야 한다. 합성어(원화+값)이고, 뒷말이 된소리[원화깝]로 나므로 사이시옷을 넣을 음운론적 조건을 갖췄다. 그런데 이 표기는 낯설다.
[갈매기쌀]이 아니라 [갈매기살]로 발음해
사이시옷은 합성어에서 두 말이 결합할 때 발음상의 충돌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이다. 우리말 적기의 양대 기둥인 소리적기와 형태적기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게 불가능하다 보니 나온 현상이다. 가령 ‘원화+값’의 결합에서 소리 나는 대로 적자니 말의 원형이 사라지고(원화깝), 그렇다고 ‘원화값’으로 형태를 살리자니 실제 발음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사이시옷을 받쳐 적기로 한 것이다. 이는 사잇소리 현상의 원인이 옛 관형격 조사 ‘ㅅ’의 흔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빌려온 방식이다.

합성어에서 나는 사잇소리 현상을 표기에 반영한 것은 꽤 오래됐다. 조선어학회(한글학회 전신)에서 1933년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발표할 때부터 규범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맞춤법에서 사이시옷은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시각적으로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쓰는 사람에 따라 표기가 들쭉날쭉이다. ‘원화값’ 역시 규범에 맞게 ‘원홧값’으로 적으면 대부분 불편해한다. ‘공부벌레’라고 쓰고 싶지만 사전은 ‘공붓벌레’로 적으라고 한다. 사이시옷이 가져오는 ‘표기의 낯섦’ 현상은 글쓰기 이전에 일상에서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다.
합성어 뒷말이 된소리로 나야 사이시옷 붙여
‘갈매기살’도 그중 하나다. 돼지의 가로막 부위의 살을 갈매기살이라고 한다. 기름기가 없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을 내 찾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갈매깃살’과 늘 헷갈린다. 2017년 3월 국립국어원 회의에 이 문제가 안건으로 올라왔다. 갈매기살 전문점 사장님들이 “갈매기살과 갈매깃살 중 어떤 게 맞는지 지침을 정해달라”는 민원을 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말의 규범표기는 ‘갈매기살’이다. 표준발음이 [갈매기쌀]이 아니라 [갈매기살]이라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 조건인 ‘뒷말이 된소리로 나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 펴낸 <표준국어대사전> 때부터 그리 적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표기 혼란을 보인다는 것은 이를 [갈매기쌀]로 발음하는 이도 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단어마다 일일이 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령은 실제 발음에 따르는 것이다. 발음할 때 확실히 [-쌀]로 나는 것은 규범에 따라 사이시옷을 붙이면 된다. ‘견짓살, 볼깃살, 비곗살, 소머릿살’ 같은 게 [-쌀]로 발음하는 말들이다. 그 외 [-살]인지 [-쌀]인지 헷갈리는 것은 [-살]로 통일해 발음하기로 했다. 따라서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 ‘갈매기살’을 비롯해 ‘토시살, 홍두깨살’ 등이 그 예다.

사이시옷과 관련해서는 지금보다 그 경우의 수를 줄여 나간다는 게 국어정책의 큰 방향이다. 시각적으로 거부감을 주는 표기는 개선하자는 공감대가 언중 사이에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올레길/둘레길’의 경우도 그런 방식으로 적으면 된다. 이를 보통명사로 본다면 규정에 따라 사이시옷을 써 ‘올렛길/둘렛길’로 적는 게 원칙이다. 다만 특정 지역에서 사용하는 고유 명사적 성격이 강할 때는 ‘올레길/둘레길’로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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