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이병철 창업주가 직접 선발…고도 성장기 인재확보 핵심 수단

입력 2021-01-31 17:50   수정 2021-02-01 01:18

국내 기업 정기 공개채용(공채)의 역사는 1957년 삼성에서 시작됐다.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당시 직접 면접을 통해 27명을 뽑았다. 첫 ‘삼성맨’이었다. 호암은 ‘호암자전’에서 “공채를 통해 일류학교의 수재를 모을 수 있었고, 그 결과 오늘의 삼성이 있게 됐다”고 전했다.

현대그룹(당시 현대건설)과 LG그룹(당시 락희화학)도 비슷한 시기 정기 공채를 시작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회사 수련회에서 신입 직원들과 씨름을 하면서 어울릴 정도로 사원 육성에 공을 들였다. 이후 많은 기업이 삼성, 현대, LG 등의 채용방식을 벤치마킹하면서 1년에 1~2회 대규모 신입사원을 뽑는 정기 공채는 인재확보의 핵심 수단이 됐다.

고도 성장기 기업들의 정기 공채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우수 인력을 입도선매해야 했다. 그룹 차원에서 범용 인재를 대규모로 뽑은 뒤 각 계열사에 투입해 키워나갔다. 1·2·3지망 계열사를 적어내게 하고 연수를 마치면 발령내는 식이었다.

2000년대 들어 기술 혁신이 가속화하면서 정기 공채는 한계를 맞기 시작했다. 매년 상·하반기 정해진 시기에 채용하는 방식으로는 미래 산업환경에 맞는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에 기업들은 수시 채용을 일부 도입하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공모전이나 인턴십, 아카데미 등을 통해 필요한 인재를 적기에 따로 뽑기 시작한 것이다.

공채의 비효율성도 커졌다.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대졸 신입이 제 몸값을 하도록 키우는 데만 3~5년이 걸렸다. 평생직장 문화 쇠퇴로 입사 1년 내 퇴사율이 평균 20~30%에 달하면서 ‘돈 들여 키워놨더니 나가버린다’는 인식도 퍼졌다. ‘공채니까 평등해야 한다’는 인식은 직무와 성과에 따른 대우에 차이를 두는 것도 어렵게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결국 2019년 대졸 신입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 채용을 도입했다. 본사 인사 부문이 아닌 각 현업 부문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직무 중심의 채용 방식이다. LG그룹도 지난해 연 2회 정기 공채를 연중 상시 채용 체계로 전환했다. 2019년부터 정기 공채를 줄이고, 수시 채용을 늘려온 SK그룹은 내년부터 수시 채용으로 전면 전환하기로 했다.

수시 채용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 56.4%였던 대기업 정기 공채 비율은 올 상반기 42.1%로 낮아졌다. 수시 채용 비율은 같은 기간 24.5%에서 36.3%로 상승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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