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소송전' 연전연패…벼랑 끝 내몰린 택시회사들

입력 2021-02-03 14:34   수정 2021-02-03 16:14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택시업계 ‘최저임금 소송전’에서 회사 측이 택시기사들에 연전연패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승객이 급감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들로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사 1명당 최대 수천만원의 미지급 임금까지 물어주게 됐다. 업계에선 “이러다가 회사들이 줄도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택시업계 ‘최저임금 소송’만 1000건 넘어
3일 택시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전·현직 택시기사들이 법인택시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사측이 소정근로시간(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근로시간)을 줄이는 ‘꼼수’를 통해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만큼, 미지급금을 달라는 기사들의 소송이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달 28일 택시기사 400여명이 부산지역 택시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76억원대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부산에서만 3개 법원에 걸쳐 이같은 소송이 270여건 진행 중이다.

서울에서도 법원이 택시기사들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작년 8월에 이어 올들어 지난 2일에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경기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판결 결과를 일일이 집계하고 있진 않지만 경기도에서도 거의 회사가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선 원고 패소 판결도 없진 않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원고(택시기사) 측에서 서류를 제대로 안 갖춘 경우가 많아 변호사를 정식으로 선임해 증빙자료를 제대로 낼 경우 역시 원고 승소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의 수입은 크게 '고정급'과 '초과운송수입금'으로 구성된다. 초과운송수입금은 기사들이 운행을 통해 번 돈 가운데 회사에 내는 사납금을 뺀 금액이다. 그런데 2009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초과운송수입이 제외됐다.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셈이다. 택시회사들로선 임금비용이 급격히 오르게 돼 당시 대부분의 회사들은 고정급 책정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했다. 기사들의 실제 근무시간이 줄진 않았지만, 사납금을 동결하는 선에서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2019년 4월 대법원이 해당 합의가 최저임금법 취지에서 벗어나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소송이 쏟아지고 있다. 사측이 단축한 시간만큼, 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을 달라는 소송이다. 개별 재판에서도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원고 승소가 이어지고 있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1000건이 넘는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2월 현재 기준 서울이 289건으로 가장 많고, 부산(272건) 경기(170건) 순서다. 택시기사들은 1인당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까지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소송가액은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불황에 겹쳐 경영난 심화
코로나19발(發) 불황까지 겹쳐 택시업체들은 “파산 직전”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 통금’과 재택근무 등의 영향으로 이동인구가 줄면서 서울지역 택시 1대당 하루 운송수입은 2019년 12월 기준 17만5000원에서 작년 12월 10만3103원으로 급감했다. 지방 군 지역의 경우 5만원을 밑도는 경우도 파다하다는 전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익산, 전주, 춘천 등지에선 지난해부터 문을 닫거나 휴업을 한 택시업체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택시기사들이 청구한 미지급 임금 총액이 해당 사업자의 자산 가치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반면 한 택시기사는 “운송수입이 적어도 기사들은 일정 금액의 사납금을 무조건 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타격을 입는 쪽은 회사가 아니라 기사들”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의 패소가 확정될 경우 도산하는 택시업체들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부산지역 택시업체들은 최저임금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지만, 법원은 최근 이를 기각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조합연합회 상무는 “택시업종은 개별 기사의 성과에 비례해 책정되는 임금제가 설정돼야 하는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제조업 같은 일반업종이랑 똑같이 취급하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인혁/남정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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