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가난하게 만들려는 진짜 나쁜 부동산 정책" [강영연의 인터뷰집]

입력 2021-02-06 10:00   수정 2021-02-06 13:43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공간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집, 추억이 쌓이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중요시하는 건축가다. 하지만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으로서의 집을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시장경제에 입각한 공급정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점점 청년들에게 집을 살 기회를 뺏는다는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청년임대주택은 영원히 2030세대들을 가난하게 만들려는 정책"이라며 "청년들은 정치가들에게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도록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빌딩에서 한 인터뷰에서 "공간을 강조하는 제 모습을 보고 시골 가서 살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도시에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집 안에만 있으면서 자족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대신 "다른 사람들 구경도 하고, 북적북적한 도시에 있다가 제 집에 들어가면 조용함을 느낄수 있는 두 가지를 다 갖고 싶다"고 했다.

그가 살고 싶은 곳은 서울 강남이다. 지하철, 카페, 극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지역이기 때문이다. 강남으로 몰리는 투자 수요가 당연하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이 투자를 위해 집을 사는 것도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 중 엄청나게 많은 부분이 부동산인데 당연히 투자를 생각해야한다"며 "다만 어느 한 쪽을 취하면 다른 한 쪽은 잃게 되는 것이고, 능력의 한계도 있을테니 적정선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도 현 상황에서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아파트는 화폐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고 환금성도 좋다"며 "투자가치가 좋아졌기 때문에 기왕 산다면 모두들 아파트를 사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합주거형태의 건물을 짓더라도 그 안에서 다양성을 키우는 방법을 추구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3000세대 아파트를 짓는다고 할 때 지금은 하나의 건설사가 하나의 설계사무소와 일을 한다. 평형대별로 똑같은 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유 교수는 이를 쪼개서 여러 설계사무소에게 일을 주고, 각각이 개성있는 아파트를 짓도록 유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전체 단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몇층짜리를 얼마만큼 짓는다는 식의 마스터플랜은 한곳에서 짜야합니다. 하지만 전체 프로젝트를 10개로 나눠 각기 다른 설계사무소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서로 다른 평면이 나오고 입면 재료 등도 다양해질 것입니다. 같은 단지안의 같은 30평대 아파트라고 해도 모양과 가치가 다르게 나오고 다양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그는 한국이 두 번의 기술혁명을 통한 공간혁명을 이뤄냈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가 1970년대 아파트를 통한 공간 혁명이다. 아파트의 장점은 허공을 부동산 자산으로 만들고, 그로 인해 중산층을 키워낸 것이라고 했다. 조선시대처럼 1층에 살면 밀도가 낮고, 빈 공간은 쓸모가 없는 공간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도시에 아파트를 짓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땅 위에 차곡차곡 쌓아서 허공을 부동산 자산으로 만들었다. 유 교수는 "가격을 낮추고 사람들이 중산층이 될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라며 "모든 사람들을 지주로 만들어준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1990년대 인터넷 혁명을 통한 가상공간의 빅뱅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두 번의 공간 혁명으로 두 부류의 부자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기술 혁명으로 공간을 제공하면 그 공간을 통해 새롭게 부가 창출되고, 기회를 가질 수 없던 사회 하층민이나 젊은층이 부의 사다리를 탈 수 있게 됩니다. 국가가 할 일은 그런 기술혁명을 통해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2030 청년의 주거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도 이런 선순환의 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젊은 친구들은 젊다는 것 빼고는 인맥, 자산 등에 있어 모두 불리한 상황"이라며 "유일한 장점이 새로운 기술을 잘 접할 수 있다는 것인데 지금 우리는 그런 기술 개발을 게을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생에 집을 사지 못할 것'이라고 좌절하는 2030세대에게는 정치가를 움직이라고 조언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움직여야 20~30대 젊은이들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년 임대주택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유 교수는 "청년임대주택은 영원히 2030 세대들을 가난하게 만들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가 성장하면 집값도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2~3%대의 경제성장을 하겠다고 말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떨어뜨리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10년간 임대주택에 살다 나오면 집 값이 다 올라서 아마 집을 더 못살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대주택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임대주택은 공급해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임대주택이 아니라 자기 집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급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산층이 원하는, 시장경제에 맞는 주택 공급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투트랙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과감히 규제 풀어 공급 늘려야
서울시내에 새로운 주택을 공급할 곳도 많다고 했다. 그는 "다세대주택이 지어져 있는 거의 모든 땅은 기회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1970~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법규와 규제라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주차법은 자기 필지안에서 주차를 해결하도록 돼있는데 결국 1층에 필로티 주차장을 넣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골목길을 유지하되 필지를 20~30개씩 묶어서 지하주차장을 만들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서 1층은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게 해아한다"고 말했다.

다만 은평구 뉴타운을 만들 듯이 기존 건물들을 싹 밀고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 방법을 추천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가 강북 개발에서 강조하는 것은 골목길의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다. 집이나 건물 하나하나를 지키기보다는 그들이 만들어낸 골목길의 모양을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재건축을 위한 용적률, 건폐율 등도 과감하게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과거 조선시대 때는 1층짜리 건물 밖에 짓지 못했다. 한양은 15만명이면 꽉차는 도시였다. 하지만 철근 콘크리트를 통해 2층 이상의 집이 나오기 시작했고, 아파트를 거쳐 1000만 도시로 성장했다. 유 교수는 "과거에는 그런식으로 용적률을 높이는 것에 저항감이 없었는데 지금은 1970~80년대 스타일로 만들어진 공간을 고집하는 것 같다"며 "재건축이 활성화 되면 굳이 신도시를 안 만들어도 충분한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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