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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들통나자 "송구하다다" 고개 숙인 대법원장

입력 2021-02-04 17:35   수정 2021-02-14 15:30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거짓 해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뒤늦게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각계에서는 사퇴하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 국회의 탄핵 논의를 고려해 지난해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 측에서 이날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는 김 대법원장의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일선 법관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법조계와 야권에서는 “정치에 흔들린 사법부 수장은 자격이 없으니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金, 거짓 해명했다가 ‘송구하다’ 사과

지난 3일 김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 추진을 이유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회는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은 현직 법관에 대해서만 탄핵 소추할 수 있는데, 김 대법원장이 이를 고려해 후배 법관의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즉각 부인했다. 지난해 5월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가 면담한 것은 맞지만 김 대법원장이 탄핵 문제 때문에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임 부장판사 측은 4일 당시 면담 녹취록을 공개했다. 대법원장의 해명은 모두 거짓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라며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라고 말했다. 이어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국회에서)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또 “임 부장은 임기도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라며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 했다. 임 부장판사는 특정 재판 등에 관여한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김 대법원장은 고개를 숙였다.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기억을 되짚어 보니 녹음 자료에서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난다”며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퇴근길에서도 “이유야 어쨌든 임성근 부장판사님과 실망을 드린 모든 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사법부 수장 자격 없다”
현직 판사들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정치에 휘둘리는 사법부 수장은 자격이 없다”며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년차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17기인 임 부장은 김 대법원장을 잘 아는 사람”이라며 “오죽하면 신뢰를 못 하고 녹취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녹취에서 임 부장판사 탄핵에 대해 “나도 탄핵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방법원의 한 젊은 판사는 “사법부 수장이라면 판사들이 위축되지 않게 ‘부당한 탄핵은 대법원장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어야 한다”며 “탄핵에 반대한다면서 탄핵을 이유로 사퇴를 막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추진해오던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 카드가 탄력을 받게 됐다. 국민의힘은 “(김 대법원장) 본인이 탄핵돼야 할 당사자가 됐다”며 “법관으로서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즉시 본인의 거취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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