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거짓 해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뒤늦게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각계에서는 사퇴하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 국회의 탄핵 논의를 고려해 지난해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 측에서 이날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는 김 대법원장의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일선 법관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법조계와 야권에서는 “정치에 흔들린 사법부 수장은 자격이 없으니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김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 추진을 이유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회는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은 현직 법관에 대해서만 탄핵 소추할 수 있는데, 김 대법원장이 이를 고려해 후배 법관의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즉각 부인했다. 지난해 5월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가 면담한 것은 맞지만 김 대법원장이 탄핵 문제 때문에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임 부장판사 측은 4일 당시 면담 녹취록을 공개했다. 대법원장의 해명은 모두 거짓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라며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라고 말했다. 이어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국회에서)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또 “임 부장은 임기도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라며 “오늘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 했다. 임 부장판사는 특정 재판 등에 관여한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녹취록이 공개되자 김 대법원장은 고개를 숙였다.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기억을 되짚어 보니 녹음 자료에서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난다”며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퇴근길에서도 “이유야 어쨌든 임성근 부장판사님과 실망을 드린 모든 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녹취에서 임 부장판사 탄핵에 대해 “나도 탄핵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방법원의 한 젊은 판사는 “사법부 수장이라면 판사들이 위축되지 않게 ‘부당한 탄핵은 대법원장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을 했어야 한다”며 “탄핵에 반대한다면서 탄핵을 이유로 사퇴를 막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추진해오던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 카드가 탄력을 받게 됐다. 국민의힘은 “(김 대법원장) 본인이 탄핵돼야 할 당사자가 됐다”며 “법관으로서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즉시 본인의 거취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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