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포스트 메르켈 시대…獨에 부는 '녹색바람'

입력 2021-02-04 17:50   수정 2021-02-05 03:07

오는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05년 총리가 된 앙겔라 메르켈은 2017년 4선에 성공해 16년째 총리직을 지키고 있다. 메르켈 총리 집권 후 독일 실업률은 11%에서 5%대로 내려갔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각종 위기 상황을 비교적 잘 극복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메르켈 총리의 소속 정당인 기독교민주당은 현재 정당 지지율 1위(35~37%)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총선에서도 기민당이 지지하는 후보가 차기 총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다른 정당들 역시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고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 녹색당의 약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1980년 창당한 녹색당은 ‘미래는 녹색’이란 강령을 내세우는 진보정당이다. 친환경, 지속가능한 미래, 기본소득, 생태 민주주의, 동물 기본권 등을 제창한다. 2017년 총선에서 지지율이 8.9%에 그쳤던 녹색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기민당에 이어 정당 지지율 2위(20%)를 기록했다. 기민당과 녹색당의 연정 가능성까지 예상되면서 녹색당의 행보는 독일에서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녹색당 공동대표가 낸 새 책 《지금부터 완전히 다르게(Von hier an anders: Eine politische Skizze)》의 히트도 녹색당 인기의 방증이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독일 슈피겔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녹색당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하베크는 최근 독일 정치의 중요한 인물로 등장했다. 그는 지난 40년간 녹색당이 갖고 있던 급진적 좌파 정당이란 이미지를 벗고 독일의 제1 야당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책 역시 녹색당의 새로운 정치 스타일을 소개하는 일종의 스케치다.

저자는 1969년생으로 독일 북부 뤼베크 출신이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의 부주지사와 주정부 환경·에너지 장관을 지냈다. 2018년 1월 말 아날레나 베어보크와 함께 녹색당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정치와 언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며, 진보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독일 사회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정치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에선 현실 정치에서 사각지대와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는 원인을 분석하며, 정치인의 존재 이유를 고찰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해 포퓰리즘의 등장, 민주주의의 파괴, 심각한 정치 불신, 공동체의 붕괴, 기후 위기 등 독일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당면 과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지금 이 시대에 왜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이토록 방향 감각을 잃어버리고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열거한다. 이같이 혼란한 시기에 정치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다 같이 머리를 맞대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발전과 변화가 사람을 소외시키고, 사람을 내쫓고, 사람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정치는 이 엄중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사람에 대한 성찰 없이 무조건 사회의 전진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독일 현지에선 ‘길 잃은 정치의 나침반 역할을 해주는 책’이란 호평을 받았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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