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테슬라가 한국 기업이었다면

입력 2021-02-05 17:42   수정 2021-02-06 00:06

미국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는 보험회사이기도 하다. 1년 전에 자동차 보험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보험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던 2019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보험업은 그렇게 쉬운 사업이 아니다”며 비웃었다. 버핏 회장은 당시 “자동차 기업이 보험사업에서 성공할 확률은 보험회사가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할 확률과 비슷하다”면서 “(고객들이) 자동차 제조사의 보험을 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기해도 좋다”고까지 비아냥댔다.

하지만 테슬라의 자동차 보험사업은 현재 순항 중이다. 무기는 간편함과 가격이다. 테슬라의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주로 테슬라의 전기차를 산 고객들이다. 전기차를 주문하는 테슬라의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쇼핑하듯 보험에 들면 된다. 테슬라 전기차 고객인 경우 보험 가입까지 클릭 세 번이면 끝난다.

보험료는 스테이트팜, 가이코, 파머스 등 미국 대형 보험회사보다 저렴하다. 통상 미국의 자동차보험은 한 보험사 상품에 몇 대의 차량을 가입하는지, 주택보험과 묶어 드는지 등의 여부에 따라 할인이 적용된다. 테슬라는 차 한 대만 보험에 가입해도 모든 할인이 적용된 보험료보다 약 10% 더 싸다. 최근 모델Y를 구입하고 테슬라 자동차보험에도 가입한 프레드 스티븐슨 씨는 “한 달 보험료가 80달러 수준으로 기존에 내던 100달러보다 더 낮아졌다”며 “자동차보험에 직접 가입하려면 대개 하루 정도 시간을 빼야 하는데, 테슬라 보험은 가입하기가 너무 쉽고 편했다”고 했다.

테슬라의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테슬라 차량 판매 속도와 비례해 늘고 있다. 테슬라가 보험과 관련된 실적을 공개하진 않지만, 실리콘밸리 업계에선 신차 구입 고객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보험까지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테슬라 보험의 경쟁력인 편리함과 낮은 요금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창의력과 기술이다. 테슬라는 보험사업을 자회사가 아니라 회사 내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개인정보 이동에 따른 제약을 없앴다. 회사 내의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고객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요금은 자율주행기술 데이터를 활용해 낮췄다. 테슬라는 전기차에 탑재된 자율주행 기능을 통해 정확한 수치의 사고율을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고객의 동선에 따른 지역 사고율과 운전습관 등도 빅데이터로 갖고 있다. 이런 정보가 없는 일반 자동차 보험사보다 테슬라가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이유다.

테슬라의 자동차 보험사업 진출은 머스크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머스크가 결정한 뒤 6개월 만에 보험 서비스를 개시했다. 머스크는 이미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수익을 추가로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고속 충전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주유소인 ‘슈퍼차저’ 이용료를 지난해부터 유료로 돌렸고, 무선통신 서비스(프리미엄 커넥티비티)도 매달 10달러를 받고 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넷플릭스, 음악, 유튜브, 구글맵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테슬라는 최근 모델S와 모델X의 차량 내부를 모두 바꿨는데, 게임 기능을 대거 업그레이드했다. 플레이스테이션 등 최신 콘솔게임에 버금가는 게임 기능을 넣으면서 향후 게임 판매를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플랫폼’이 점차 자동차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사람들이 이동 중에 뉴스와 영화를 시청하고, 쇼핑을 하고, 게임을 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한국의 기업들도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을까. 기업인들은 각종 규제 등에 가로막혀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자동차가 테슬라처럼 자동차보험을 들고나올 경우를 생각해보면 쉽다. 금산 분리 규정부터 기존 보험사들의 반발 등이 이어지고 정치적 논란만 부를 게 뻔하다.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실리콘밸리에서 오래 근무한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업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빠르게 신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사회적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상대는 자국 내가 아니라 테슬라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배터리·태양광 등 다양한 자회사 둬
테슬라는 자동차 보험업을 회사 내부에서 진행한 것과 달리 전기자동차·모빌리티 생태계는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통해 구축하고 있다. 솔라시티, 맥스웰테크놀로지, 딥스케일, 하이바시스템즈, 콤파스오토메이션, 그로만오토메이션, 프레빅스 등이 대표적이다.

맥스웰테크놀로지와 하이바시스템즈는 테슬라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등과 관련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한다. 딥스케일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 회사다. 2016년 인수한 독일 그로만오토메이션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등에 특화된 회사로 손꼽힌다.

2017년 사들인 프레빅스는 테슬라 공장의 자동화를 위해 자동화된 공장시설을 짓는 기업이다.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장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에서 인수했다.

실리콘밸리 관계자는 “테슬라는 전기차 경쟁력을 높인 뒤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꾸준히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쥔 다음 그 이후를 내다보는 사업도 서서히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와 특별히 관계없는 자회사도 있다. 솔라시티는 태양에너지 서비스 기업으로 태양광 패널과 태양광 지붕 타일을 개발, 판매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래의 에너지 시장을 내다보고 2016년 인수했다.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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