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게 묻다] "세상에 새길 이름과 몫 돌아보는 게 좋은 삶"

입력 2021-02-13 08:00   수정 2021-02-13 09:25

“‘하늘의 뜻을 따른다’고 하면 뭔가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처럼 들리잖아요. 그런데 사실 안 그렇거든요. 우리 모두 삶의 고비를 넘길 때마다 자신만의 슬기로움을 찾습니다. 세상에 새겨질 이름에 부끄럽지 않고, 자신의 몫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민음사)를 함께 쓴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오른쪽)와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왼쪽)는 최근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나 이 같이 말했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명예, 운명, 행복, 부(富), 정의, 아름다움, 분노, 공동체, 역사, 짓기, 영웅, 죽음 등 12가지 키워드로 인생의 화두를 논했다. 다음은 김헌 교수, 김월회 교수와의 일문일답.
▷세계화 시대라고 하지만 동양과 서양은 여전히 구분되고 있습니다. 구분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김헌)“단순히 구분하는 건 촌스러운 일입니다. 이미 지역별로 블록화됐고, 그 안에서 세력의 균형을 찾고 있죠. 미국과 중국이 양대 축이 되리라고는 과거엔 생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지리적으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요. 다만 정신적인 차원에선 여전히 동서양의 차이는 있다고 확신해요.”

▶(김월회)“일종의 이정표라 생각해요. 사람들은 이정표가 없으면 불안해하죠.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것 역시 그의 연장선상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서로 간의 다름이 두드러지기도 하고요. 서구의 오리엔탈리즘과 동양인 차별 문제, 동양과 서양 간 사고방식 차이처럼요.”
▷두 분은 어떻게 친해지셨습니까.
▶(김헌)“한 10년 정도 됐을 겁니다. 저는 그리스와 로마 고전, 김월회 교수께선 중국 고전을 통해 양쪽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해 왔어요.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이 책의 주제는 어떻게 정하셨습니까.
▶(김헌)“살아가면서 부딪칠 수 있는 문제들을 골랐어요. 명예를 맨 처음에, 죽음을 맨 마지막 순서로 했습니다. 누구든 ‘좋은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이 있잖아요.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인지에 대해서 동서양 고전의 관점에서 보고 싶었어요. 고전이 정답을 주진 않지만 힌트는 주니까요.”
▷동서양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듯 닮은 것 같습니다.
▶(김월회)“네. 동양권 사상 분야가 워낙 넓잖아요. 노장사상의 금욕주의부터 경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 유가와 법가까지 다양하죠. 동양에선 정명(正名)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중시합니다. 정명은 자기 이름과 신분에 걸맞게 살아야 진정한 도를 깨우쳤다고 보고, 이를 세상에서 인정받고자 합니다. 과유불급은 ‘지나친 게 모자란 것마다 못하다’는 뜻입니다.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도 주지만 자기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도 되죠. 다만 이런 깨달음들은 개인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봤다는 점이 다릅니다. 자신의 가치와 삶의 태도를 고민했던 사람들은 보통 나라를, 천하를 다스리고 싶어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

▶(김헌)“그리스 신화엔 운명의 여신 모이라 3자매가 등장합니다. 첫째인 클로토는 운명의 실을 잣고, 둘째 라케시스는 운명의 실을 인간에게 배분하고, 막내 아트로포스는 그 실을 가위로 끊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스인들은 뭔가 자발적으로 선택을 할 때 ‘나를 초월한 누군가가 이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운명 속에서 주체적 삶을 중시하고, 다른 사람의 운명과 몫은 빼앗지 않겠다는 개인주의로 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서 고전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김헌)“종이책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 희곡만 하더라도 당시엔 1만8000명이 넘는 관객들이 극장에 모여 공연을 보는 형식이었어요. 지금은 그 희곡이 문자로만 남았죠. 읽기는 여러 형태로 변용할 수 있어요. 영상이든 공연이든 그 안에 고전이 있으면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김월회)“만약 저희가 30대 중반 정도였다면 유튜브 채널 열어서 방송했을 겁니다. 사물로서의 고전은 안 읽어도 그 텍스트를 영상으로 대하는 독자들이 많아졌으니까요. 하지만 종이책으로 낸 건 책에 익숙한 독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논어에 ‘온고이지신 가의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이란 구절 유명하죠. 저는 고전을 이 구절의 고(故)라고 봅니다. 고전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배운다는 것이죠. 자신이 아예 모르는 걸 새로 배우는 건 낯설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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