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이 사라진다’ 코로나19에, 원룸에 밀려 사라지는 하숙집

입력 2021-02-10 15:45   수정 2021-02-17 17:44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장예진 대학생 기자] 지난해 3월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1년째 지속되면서 대학가 원룸과 하숙집은 1년 이상 비어있는 상태다. 코로나19 초기에는 해외 유학생들이 자국으로 돌아갔고, 2학기 엔 주요 대학이 전면 비대면 수업을 시행하면서 자취나 하숙생들이 방을 빼기 시작했다.

대학생 손님 발걸음 뚝…대학 임대업 비상


15일 오후 2시 홍익대학교 인근 원룸촌이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1월 15일 찾은 한양대 인근 먹자골목에는 고요함만 가득했다. 평일과 주말에 상관없이 대학생으로 북적이던 한양대 거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한양대 하숙집이 몰려있는 골목에도 젊은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예년 같으면 개강을 앞두고 입주 문의로 학생들이 붐볐을 테지만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양대에서 원룸과 하숙을 중개하는 천우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코로나 이후 학생 손님은 거의 없다”라며 “1학기 이후로 손님의 수가 반이 줄었고 2학기 이후로 3분의 2가 줄었다”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한양대 원룸 중개업소 대표 역시 어려운 상황은 비슷했다. 한양대 인근에 위치한 스타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학생 수가 약 70% 감소했다”라며 특히 “외국인 학생은 자국으로 돌아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 집주인들은 한·두 달 정도 공실이 될 것이라는 라는 생각으로 월세를 내리지 않다가, 지금은 6~7개월 정도 공실이 되자 적게는 5만 원 많게는 10만 원까지 내리는 수준”이라며 임대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 주요 대학이 몰려있는 신촌 지역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1월 18일에 찾은 신촌 부동산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 전환 이후 실제 방을 보러 오는 대학생들은 많이 줄었다”라며 “지금부터 3월 중순까지 성수기인데도 거의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홍대가 신촌보다 월세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학생들이 신촌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신촌도 홍대 못지않게 수요가 없다”라고 전했다.

홍대에서 원룸 임대를 하는 홍대스타부동산 관계자의 말도 같았다. 해당 부동산 관계자는 “코로나 초기 때 신입생들이 계약했다가 계약금을 포기하면서 입주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라며 “다른 대학가보다 홍대 신촌 부근은 더 큰 타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구축보다 신축은 상황이 그나마 괜찮다고 언급했다.



홍익대학교 정문 근처 길가엔 원룸 임대 공고가 붙어있다.


“구축, 신축할 거 없이 힘들어요” 원룸 집주인의 눈물
하지만 홍익대와 한양대 인근 원룸 임대 업자는 ‘구축 신축할 거 없이 모두 방이 비어있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양대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최 씨는 “자신의 원룸도 신축인데 18개의 방 중 7개 방이 빈다”라고 토로하며, 특히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이후로 새로운 방을 찾는 손님은 없는데 나가겠다는 학생은 많아 그 많은 보증금을 어떻게 다 줘야 할지 문제다”라고 답했다. 최 씨에 따르면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면서 기존 2년 계약을 1년이나 6개월 계약으로 돌리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 씨는 “어제는 계약기간은 1년으로 줄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라며 “실제로 어떤 집의 경우 6개월 계약도 한다”라고 말했다.


최 씨와 대학생 세입자의 문자 내용을 재구성했다.


이처럼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은 원룸 계약을 6개월이나 3개월씩 계약하는 단기계약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학생들의 수요가 부족해 공실률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코로나19에 원룸에 밀린 하숙집, 상황 더 심각
그렇다면 대학가 하숙집의 상황은 어떨까. 하숙집의 사정은 원룸보다 더 심각했다. 대학가 근처 원룸의 경우 직장인과 1인 가구가 꾸준히 찾고 있지만 하숙집은 직장인이나 1인 가구의 수요가 비교적 낮고 주 소비자가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코로나19 비대면 수업 이후 대학가 하숙집은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많은 대학생이 하숙보다 원룸을 선호해 본래 하숙집의 공실률이 크다는 것이다. 하숙집은 원룸보다 시세가 저렴하고 때에 따라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주거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대학생이 주로 이용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청결함과 사생활 보호의 이유로 하숙집보다 원룸을 선호하고 있다. 하숙집은 원룸에 비해 낡은 주거 시설과 사생활 보호가 잘 안 된다는 인식이 그 원인이다.

서정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지현(가명·서정대·간호학과)씨는 1년간 하숙집에서 자취한 후 원룸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 이유로 김 씨는 “1년간 머무른 하숙집은 신축이라 오래된 하숙집보단 청결했지만,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라며 “비용 부담이 되더라도 원룸으로 방을 옮겼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 대학생은 하숙집보다 원룸을 선호하지만, 여전히 많은 외국인 유학생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하숙집을 이용한다. 동국대학교 어학당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 A 씨는 “유학비와 식비가 많이 들어 비교적 저렴하고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는 하숙집을 선호한다”라고 전했다.

한양대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정 씨(50)는 총 3개의 하숙방을 운영하고 있다. 정 씨의 하숙방 3개의 방 중 2개는 외국인 유학생이 사용한다. 그는 “2년 전부터 하숙을 찾는 한국 대학생은 많이 줄었다”라며 “하숙집이라고 해서 청결하지 않은 것이 아니며 엄마 같은 마음으로 밥 한 끼 더 챙겨주지만, 인식이 좋지 않아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래도 그가 하숙집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 유학생의 수요가 꾸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먼저 외국인 학생들이 자국으로 돌아가자 그 타격은 고스란히 하숙집으로 이어졌다. 그는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외국인 유학생 2명 모두 자국으로 돌아갔다”라며 “학생 2명이 나간 이후로 방은 계속 비어 있다”라고 한탄했다.



한양대학교 인근 하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이에 한양대 스타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한양대 근처 직장인의 수요로 신축 원룸 건물은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장 큰 타격으로는 외국인 유학생의 감소로 하숙집의 공실이 가장 크다“고 언급했다. 한양대 근처에서 1년째 하숙을 하는 베트남 유학생 A 씨는 ”코로나19 이후로 같이 살던 외국인 유학생은 대부분 돌아갔다“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 하숙에 남아있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한 베트남 유학생 1명”이라고 답하며 외국인 유학생 감소에 따른 하숙집 공실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했다.

홍익대 근처 하숙집의 사정도 비슷했다. 홍익대에서 10년째 하숙집을 운영하는 김 씨는 “10년 만에 이렇게 방이 안 나가는 건 처음”이라면서 “재작년 같으면 이미 꽉 찼어야 할 방들이 다 비어있다”라고 푸념했다. 김 씨는 “부동산 어플리케이션에 광고를 해도 광고비만 나가고 학생들이 찾질 않으니 광고도 내리게 됐다”라고 전했다.

수도권 주요 대학 대부분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원룸, 하숙집 올해 또다시 위기
주요 대학들의 2021년 1학기 수업방식은 어떨까. 코로나19가 수도권에서 다시 재유행하자 주요 대학들은 실험·실습·실기 등 불가피한 부분을 제외하곤 대부분 비대면 수업을 택했다.

경희대 총학생회 공지에 따르면 전공강좌 중 실험·실습·실기를 제외하고, 이론·복합강좌는 20명 이하일 때 대면 수업을 허용하되 20명을 초과하면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한다. 교양강의는 모두 비대면 수업이 원칙이고, 대면 수업이 필요한 교양강의일 경우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혼용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연세대는 2021년 1학기 수업방식을 전면 비대면으로 결정했다. 마찬가지로 중앙대는 1학기 개강 후 8주간 수업을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결정했다. 이처럼 대부분 대학이 학사 운영 방침을 비대면·대면 수업을 병행하거나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확정 지었다.

막막한 대학가 공실 언제쯤 해결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2월은 새 학기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방을 찾는 달이다. 개강을 앞둔 2월, 대학가 하숙과 원룸의 공실은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완전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대학가 상권과 임대업의 활성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강 신청을 앞둔 2020년 2월, 숭실대 에브리타임에는 ‘비대면 수업에 따른 자취 여부’에 대한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익명의 학부생은 비대면과 대면 수업이 혼합되면 자취를 해야 하는지 통학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글을 게재했다. 마찬가지로 다른 익명의 학부생은 대면 비대면 수업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아 자취방을 잡지 못한다고 글을 게재했다.


숭실대학교 ‘에브리타임’에 게재된 게시물과 댓글. (사진 출처= 숭실대학교 에브리타임)·


이 글에는 “4시간 통학하렵니다” “완전 대면 수업하기 전에는 통학하겠다” 등의 의견이 달렸다. 숭실대에 재학 중인 유준상 씨(숭실대·정치외교학과)는 비대면 수업 이후 방을 빼고 본가에 내려가 있다. 그는 “완전 대면 수업을 하기 전까지 자취하지 않고 멀어도 통학을 하겠다”라며 “만약 혼합 수업으로 이루어질 경우 휴학까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많은 대학생은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면 불편하더라도 통학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홍익대 인근에 있는 홍익부동산 대표도 마찬가지로 “개강을 하고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전면 대면 강의를 하는 시점이 되어야 원룸과 하숙집 공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더 장기화될 코로나 상황을 예방해서 정부가 임대 업계에도 대책도 세우길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왕십리 무지개 공인중개사 대표는 ”올해 1~2월이면 상황이 해결될 줄 알았다”라며 하소연했다. 그는 “겨울 방학이 지나고 코로나가 여전하면 상황은 같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겨울 방학 시즌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가 없어지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한양대 하숙을 운영하는 정 씨는 “외국인 유학생의 입국을 위해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화될 코로나19 상황을 예방해서 기존 하숙집 시설의 변화를 통해 ‘하숙집은 옛날 것‘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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