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영국 BBC의 국제방송 채널인 BBC 월드뉴스의 자국 내 방영을 금지했다. 일주일 전 영국이 중국 관영 CCTV의 국제방송인 CGTN의 방송 면허를 취소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양국이 홍콩 유혈 사태를 놓고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위구르와 대만 문제를 놓고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국 사이가 극한 대립 관계로 비화할 지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홍콩에서도 BBC 송출 중단
13일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중국 본토에서 BBC 뉴스 방송이 금지됐다.중국 정부는 향후 1년간 BBC 월드 뉴스의 중국 내 방송 면허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ㄷ다. 중국 정부의 방침에 맞춰 홍콩 공영방송 RTHK(라디오텔레비전홍콩)도 BBC 방송 중계를 중단한다고 전했다. 기존엔 중국 내 일부 4성급 이상 호텔이나 외국인 업무 및 주거용 건물에서는 BBC 뉴스 시청이 가능했지만 12일부터 중국 내 BBC 방송 송출이 전면 중단됐다. 홍콩에선 RTHK를 통해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BBC 월드뉴스 방송을 중계해왔지만 송출이 차단됐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BBC의 중국 관련 보도에 반발해왔다. 특히 신장 위구르자치구 문제와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관련 보도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다. BBC는 신장의 수용소에서 고문과 조직적 성폭행이 자행됐다는 증언을 보도했으나 중국 외교부는 근거 없는 보도라고 일축했다.
BB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의 이야기를 전 세계 어디에서나 그렇듯 진실하고 공정하게 보도했다"며 "부정확하고 이념적 편견에 기반한 비난을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기자 추방에 다른 나라로 확전되나
지난 4일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Ofcom은 CGTN의 영국 내 방송 면허를 박탈하고 방송을 중단시켰다.
Ofcom은 중국 정부 지원을 받는 스타차이나미디어가 CGTN의 방송의 편집권도 갖지 못하고 있어 영국 방송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 공산당의 통제 아래 홍콩 시위 등을 편파적으로 보도했다고 판단했다. 스타차이나미디어가 뉴스 생산자라기보다는 뉴스 유통업체 역할만 했다 결론 내렸다
중국 CCTV의 계열인 CGTN은 2016년에 중국과 다른 나라의 소통과 이해를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베이징에 본사가 있으며 런던과 미국 워싱턴, 케냐 나이로비 등에 방송 제작 센터를 두고 있다.
중국과 영국의 미디어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자국 내 인권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중국 정부 기조가 변함이 없는 데다 브렉시트로 유럽연합(EU)을 떠난 뒤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하려는 영국이 쉽게 합의하기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영국령이었던 홍콩 문제로 발끈한 영국이 이제는 미국 대신 중국과 대리전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BBC가 홍콩과 대만, 신장 문제에 대한 왜곡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BBC 기자를 추방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우한대학의 전문가 리바이양은 "BBC의 중국에 대한 왜곡 보도는 서방의 반(反)중국 선전전의 일부"라며 "미디어가 장기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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