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美 월가의 '한국인 IB 뱅커' 10년새 120여명 늘었다..그 배경은 'KFS'

입력 2021-02-15 17:28   수정 2021-02-15 17:30

≪이 기사는 01월20일(04: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한국인들의 존재감이 부쩍 커졌습니다. 본사에서도 주요 딜에 한국계 직원들이 관여하는 일이 늘었다며 '코리안 마피아'가 새로 생겼느냐는 농담을 할 정도입니다." (글로벌 IB 관계자)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한국계 IB 직원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JP모간 등 이른바 '벌지 브래킷(bulge bracket·초대형 글로벌 IB들을 통칭하는 말)'에 120여명의 한국계 직원들이 속속 입사했다. 영어가 자유롭고 현지에서 교육받은 인재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현지에서는 10년 가까이 'IB 멘토링'을 운영하며 체계적으로 IB 진출을 도운 비영리 네트워크 KFS(Korea Finance Society)의 공을 높이 산다.

KFS는 한국계 금융인으로 활동하는 이들 간의 전문성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는 일과 젊은 한국계 금융인 및 대학생들에게 교육과 커리어 프로그램을 제공해 그들의 직업적 성공 기회를 최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KFS는 글로벌 IB에 진출해 있는 한인들의 소모임에서 시작됐다. 현재 단체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주희찬(Mike Joo)씨와 샌더 허(Sandor Hau)씨 등의 주도로 약 10여년 전부터 정기적 네트워킹을 시작했다. 주 씨는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를 거쳐 현재 BoA 본사의 매니징디렉터이자 기업금융(Corporate & Investment Banking) COO에 오른 인물이다. 7살에 미국에 이민해와 한인동포 중 투자은행계에서 가장 높은 직위까지 오른 IB업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꼽힌다. 허 씨 역시 골드만삭스 본사 내 크래딧 투자 및 PE 투자 본부 헤드(매니징 디렉터)를 지내다 현재 찰스뱅크 캐피탈(Charlesbank Capital Partners)의 매니징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주 씨는 골드만삭스 근무 시절 25세의 나이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이 40억달러 규모의 국채발행을 국채발행 자문을 맡아 이끈 인물로도 회자된 바 있다.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환경투자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박경아 씨도 이 단체의 주축 멤버다. 두 인물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 동포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수많은 미국내 사교 목적의 한인 네트워킹과 구분되는 이 단체의 특징은 'IB 인재육성(펠로우십)' 프로그램이다. 미국 내 한인 학생 중 IB업무를 희망하거나 뜻이 있는 희망자를 대상자를 선발해 입사 과정을 돕는다. 학생 1명당 막 IB에 진출해 있는 주니어 멘토 2명, 6~7년 이사(VP)급 이상 시니어 멘토 1명으로 멘토진이 꾸려져 혹독한 수련 과정을 시작한다. 본격적인 입사 전형이 시작되는 3학년 여름방학에 맞춰 실무는 물론 목표하는 IB에 맞춘 네트워킹 및 모의 면접까지 조언을 제공한다.

KFS 프로그램이 미국 내 한인 사회에 회자되면서 펠로우십을 따내기 위해서만도 수십 대 일 수준의 경쟁을 거쳐야 할 정도로 치열해졌다.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선발 과정에서 재무, 회계, 경영 지식 등 실무와 연관된 부분은 전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미국 내 한국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과 한국 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가장 큰 주요한 선발 요인으로 꼽힌다. 교내에서 한인단체장을 지냈다거나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경험을 쌓은 인재들에 큰 가점이 부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글로벌 IB들은 졸업을 1년 앞둔 학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기간 10주간 인턴 과정을 통해 인재를 선발한다. 한 글로벌 IB의 경우 캠퍼스에서 면접관 두 명과 후보 한 명이 한 차례 면접을 본 후, 다음 단계인 '슈퍼 데이'에 초청받으면 본사에서 다시 두 번의 면접을 다시 거친다. 이후 회사의 내부 회의(Round table)를 통해 최종 인턴이 선발된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여름 인턴과정을 거친 인력 중 절반 가량이 채용돼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게 된다.

IB 채용과정에서 가장 특징적인 덕목이 '인맥'이다. 출신 성분과 학력, 이른바 '수저'의 성분이 아니라, 지원한 IB에서 이미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들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향후 일하고 싶은 부서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수집해 왔고 실무자들과 연락을 해왔는 지 등이 고스란히 지원자의 경쟁력이 된다. 실제 글로벌 IB 본사해 입사했던 한 인력은 입사 과정에서 최소 50여명 이상의 실무진들의 연락처와 특징, 업무 성과 등을 정리했다고 한다.



KFS가 정착되며 힘을 발휘한 것도 무엇보다 이 부분이다. 일찍 자리잡은 선배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노하우를 전수하고, 의무적으로가 아닌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겨울부터는 한국 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도 펠로우십 선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인 뿐 아니라 글로벌 IB 내 대표적 인사들을 초청하는 강연 프로그램(General Speaker Series)과, IB내 여성 인력들의 네트워킹(Women in Finance) 프로그램도 주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한국인들은 서로 뭉쳐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 갈등을 조장하고 시기한다는 뿌리깊은 편견들이 있었는데 이제 글로벌 IB에서도 한인이 주류로 떠올랐다"라며 "베트남 출신 IB 인력들이 한국 프로그램 절차와 심지어 홈페이지 디자인까지 그대로 복사해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정도로 IB내에서도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