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안전지대 아냐"…나랏빚 늘자 신용도 떨어진 선진국들

입력 2021-02-16 15:53   수정 2021-02-16 16:00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선진국들도 절반이 국가신용등급 및 전망이 강등당한 가운데, 신용도 하락 여부를 가른 결정적 요소는 '나랏빚 증가 속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을 많이 풀어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한 나라는 어김없이 신용도가 하락했다.

나랏빚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호주 같은 나라도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 신용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국가채무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안심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커지는 이유다. 더구나 한국은 올해도 4차, 5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수십조원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랏빚 많이 늘린 선진국, 국가신용도 줄줄이 하락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한해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국가신용등급 및 전망을 하향 조정한 국가는 112개에 이르렀다.

상당수 선진국도 신용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선진국 20개국(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한국, 핀란드, 스페인, 벨기에, 체코,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뉴질랜드) 가운데 10개국이 신용등급 또는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 3개 국가는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이들 나라는 모두 피치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받았고 영국은 추가로 무디스의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그 결과 캐나다는 신용등급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내려왔다. 이탈리아는 BBB에서 투기등급 직전 단계인 BBB-로 조정됐다. 영국 신용등급은 피치의 경우 한국과 같은 AA-가 됐고, 무디스는 한국보다 한 단계 아래인 Aa3이 됐다.

미국 호주 일본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핀란드 등 7곳은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일례로 피치는 작년 7월 미국의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신용 전망 하락은 "이대로면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크다"는 경고 성격의 조치다.

이때 20개국의 지난해 일반정부부채비율(중앙정부+지방정부+비영리공공공기관 부채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 D2) 증가폭을 보니 1위 일본(28.2%포인트), 2위 스페인(27.6%포인트), 3위 이탈리아(27.0%포인트), 4위 캐나다(26.0%포인트), 5위 영국(22.7%포인트), 6위 미국(22.5%포인트), 7위 프랑스(20.6%포인트), 8위 벨기에(18.9%포인트) 등 순이었다. 모두 신용등급 또는 전망이 하향 조정된 나라다. 나머지 하향 조정 국가인 호주(14.1%포인트)는 10위, 핀란드(8.9%포인트)는 13위였다. 나랏빚 증가 상위 국가와 국가신용도 하락 국가가 거의 일치한 셈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부채의 증가 속도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가장 중시하는 요소 중 하나인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이것이 유효함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국도 신용등급 하락 안전지대 아냐"
실제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작년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하향 조정할 때 재정건전성 악화를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 피치는 작년 6월 캐나다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캐나다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작년 3월 영국의 신용등급을 낮출 때도 "영국 재정건전성 악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전망이 떨어진 국가들은 정부부채비율 규모 자체도 컸다. 대부분 100%를 넘었다. 하지만 호주는 작년 정부부채비율이 60.4%로 상대적으로 낮았음에도 작년 4월 S&P가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당시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등에 GDP의 16.4%에 달하는 재정을 지출하기로 하면서 정부 재정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는 정부부채 규모가 낮아도 증가 속도가 빠르면 신용도 하락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은 정부부채비율이 2019년 41.9%에서 작년 48.4%로, 6.5%포인트 늘었다. 이전보다는 증가폭이 컸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부채 증가폭이 선진국 20개국 중 17위였다. 지난해 국가신용등급과 전망도 변동이 없었다.

문제는 올해다. IMF에 따르면 올해말 한국의 정부부채비율은 52.2%로 예상된다. 작년보다 3.8%포인트 늘어난다. 이는 20개국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대다수 선진국 정부는 올해 재정건전성 강화를 예고했는데 한국은 재정 확대를 계속 추진할 예정이어서다. 여기에 정부·여당은 올 1분기 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4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규모는 20조~30조원 수준이 되리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고스란히 정부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정부부채비율이 52.2%보다 훨씬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국도 국가신용도 하락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신용도 하락은 여러 경로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채금리는 물론 기업의 조달금리가 오르고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일례로 영국은 작년 3월 국가신용등급 하향 직후 파운드화 가치가 약 1% 하락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HSBC, 산탄데르 등 영국계 은행의 신용등급도 하락해 이들의 주가가 동반 하락하기도 했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정부·여당이 정부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파격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나랏빚 증가 속도를 보면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을 지출하더라도 신산업 육성, 국가인프라 확충 등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며 "지금은 선거 표심을 노리고 현금 퍼주기에만 몰두하고 있어 정책 효과는 낮으면서 미래세대 부담만 키우고 있다"고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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