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케스트라 '코로나 몸살'

입력 2021-02-16 17:28   수정 2021-02-17 00:17


미국 오케스트라들의 재정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다. 공연장 문을 닫고 단원들 월급을 삭감하며 긴축 재정에 들어갔을 정도다.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사진)는 지난해 순손실이 1170만달러(약 129억원)에 달했다고 지난 8일 발표했다. 1903년 창단 이후 최대 적자다. 러시아와 동유럽 레퍼토리에 강점을 지닌 이 악단은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등을 주로 연주해왔다. 2003년 음악감독을 맡은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는 당초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89차례의 대면 공연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52회의 공연이 취소됐다. 말러 교향곡 음반 발매 계획도 무산됐다.

공연 기부금이 끊기면서 악단 재정이 악화된 탓이다. 미국 오케스트라 수입의 절반은 후원금이 차지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트 오페라도 티켓 판매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불과하다. 주로 대면공연을 지원해온 기업 후원금이 끊기고, 정부 지원금도 삭감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예술가 지원 예산을 줄였다. 지난해에도 2021년 예술 관련 지원금 중 3000만달러(약 329억원)를 깎았다.

악단 운영이 어려워지자 허리띠를 졸라맸다. 단원들과 지휘자가 자진해서 임금을 삭감했다.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동안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계약 연봉에서 최대 25%, 지휘자는 35%를 줄였다. 다른 악단들도 마찬가지다.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 미국을 대표하는 관현악단들은 단원 임금을 20%가량 삭감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까지 모든 시즌 공연을 취소하고 단원들이 무급 휴직 중인 메트 오페라는 내홍을 겪고 있다. 피터 겔브 메트 오페라 대표는 지난 4일 단원들에게 주급 1543달러(약 170만원)를 지급하려 했으나 노조가 거부했다.

메트 오페라 노조는 “메트 오페라는 코로나19가 터진 뒤 지금까지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유일한 악단”이라며 “오페라에 헌신하는 노력은 모두 똑같은데 임금으로 우리를 차별하려는 시도는 불쾌하다”고 답했다. 메트 오페라가 미국 내 대면 공연을 취소한 뒤 요나스 카우프만, 안나 네트렙코, 르네 플레밍 등 스타 성악가와 함께 유럽에서 유료 온라인 공연을 펼치면서 자신들을 차별했다는 것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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