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신약 임상결과 뒤집어" vs 에이치엘비 "허위 아니다"

입력 2021-02-16 16:51   수정 2021-02-24 18:44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인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놓고 국내 바이오 기업의 허위 공시 논란이 또다시 터졌다. 이번엔 ‘코스닥 빅5’(지난 1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5위)인 에이치엘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금융당국은 경구용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실상 실패를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에이치엘비는 “2019년 6월 이미 공개한 내용으로 허위 공시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에이치엘비가 FDA 의견 숨겼다”
16일 금융당국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는 작년 말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한 혐의에 대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았다. 금융당국은 에이치엘비가 FDA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임상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내용의 의견을 받고도 이를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조치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증선위 결과에 따라 에이치엘비를 검찰에 고발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에이치엘비 주가는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전일보다 27.24% 하락한 6만6500원에 마감했다.

에이치엘비는 금융당국 조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세부 내용에 대해선 반박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이날 오후 유튜브를 통해 “금융당국과 (허위 공시에 대해) 사실 관계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9년 6월 임상 결과를 공개하면서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이미 밝혀 허위 공시가 아니다”고 말했다.

리보세라닙은 미국 FDA 허가를 위해 임상 3상을 마친 한국의 대표 신약 후보물질 중 하나다. 임상 3상 결과를 두고 2019년 6월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진 회장은 당시 장중에 긴급 간담회를 열고 “현재까지 나온 수치를 분석한 결과 전체생존기간이 최종 임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전체생존기간이란 환자가 치료를 시작한 후부터 사망에 이르는 기간을 뜻한다. 약물 투여 중 종양 상태가 악화되지 않은 기간을 뜻하는 무진행생존기간(PFS)과 함께 신약 허가에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이 결과 발표로 7만원 안팎이었던 이 회사 주가는 2만원까지 떨어졌다.
석 달 만에 반대 결과
하지만 에이치엘비는 같은 해 9월 다른 무진행생존기간 자료를 공개했다.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의 무진행생존기간은 2.83개월로 경쟁 위암 3차 치료제인 론서프(2.0개월), 옵디보(1.6개월)보다 길었다고 발표한 것. 임상 3상 통과를 위한 데이터가 충족됐다는 의미였다. 진 회장은 같은 날 회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성공 소식을 전했다. 2만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도 19만원 수준으로 올라갔다.

금융당국은 석 달 만에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을 이상하게 여겨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전체생존기간 데이터는 쏙 빼고 무진행생존기간 데이터만 부각한 것은 추후 FDA 판매허가를 받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상반기로 전망됐던 미국 판매허가 신청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일각에선 진 회장이 주식담보대출 부담 때문에 허위 공시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진 회장은 2019년 6월 기준 보유주식 101만3420주를 담보로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었다. 2019년 6월 이후 주가가 2만원 안팎까지 떨어지는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한 주식 가치가 150%를 밑돌아 반대매매(로스컷)를 당했다는 얘기가 증권가에 나돌았다. 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허위 공시를 했다는 것이다. 에이치엘비 측은 “진 회장의 주식 보유 규모가 400만 주에 달해 반대매매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진 회장 “모든 내용 빠짐없이 밝혔다”
에이치엘비는 금융당국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한다. 진 회장은 “중요한 두 지표 중 전체생존기간 데이터가 부족하게 나와 중간 논의 과정에 ‘실패(fail)’란 문구가 있었다”며 “하지만 무진행생존기간이 길게 나와 종합적으로 봤을 때 자료를 보완해 허가 신청이 가능하다는 게 FDA의 최종 회신 결과”라고 반박했다.

바이오업계는 2019년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허가 취소 사태 이후 불거진 임상 3상 결과 허위 공시 논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허위 공시로 인한 부당 이득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 항서제약을 통해 연 3000억원어치 이상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라 효능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일단 검찰에 결정권을 넘기고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우섭/오형주/이주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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