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에서 문서 전달' 사라질까…금감원의 대책 3개 [박종서의 금융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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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2-17 07:30   수정 2021-02-17 09:27

'룸살롱에서 문서 전달' 사라질까…금감원의 대책 3개 [박종서의 금융형통]


룸살롱에서 금융회사 검사 계획서를 건내는 금융감독원 직원이 더 이상은 나오지 않게 될까요.

금융감독원이 2021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청렴·윤리 실천 및 복무기강을 재점검하겠다고 16일 다짐했습니다. 조직 내부쇄신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청렴성을 확보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업무계획 보도자료를 잠깐 보겠습니다. 금감원은 금융감독의 신뢰를 제고하겠다며 복무기강 재점검 사안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임직원 비위행위 차단을 위한 내부고발 제도를 활성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금감원의 끈끈한 조직 문화 때문에 서로의 잘못을 감춰주고 못 본척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겠지요.

퇴직자 등 외부인의 접촉과 관련한 규율도 정비하겠다고 했습니다. 퇴직한 선배들이 이렇다할 제지도 없이 금감원 고위직을 맡고 있는 후배들의 방을 마음대로 드나든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서보안절차를 강화하고 재택근무 복무지침 정비 등 복무기강 재점검을 강조했습니다. 문서보안절차를 강화하겠다는 구절에서 저는 ‘룸살롱 선임조사역’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금감원에서 일하다 청와대로 파견나간 김 모 전 팀장(행정관)이 2019년 8월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후배 직원으로부터 ‘라임자산운용의 불건전 운용행위 등 검사계획 보고’ 문건을 받았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라임운용에서 환매가 중단된 투자금은 1조6000억원에 이릅니다.

후배로부터 문서를 받아 룸살롱 옆 방에 있던 고향 선배이자 ‘라임의 배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건낸 김 전 팀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후배 선임조사역에게는 감봉이라는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이들 직원 이야기만 나오면 금감원은 한없이 작아집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수차례를 사과를 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금감원 대부분의 직원들은 성실히 업무에 임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금감원장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윤 원장은 당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저희들 내부적으로도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며 “내부 문서의 보완 관계 등에 대해 우리의 통제장치가 적정한가를 점검해보고 필요하다면 재발방지방안을 마련해야 된다는 이야기 속에서 이러저러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말을 들어면서도 참 한가한 화법이라고 느꼈습니다. ‘필요하다면’이라는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아직도 필요한지 아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말이라고 해석해서 그렇습니다.



윤 원장의 반성이 50여일 만에 활자화 됐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합니다. 구체안이 없고 선언적인 내용만 나열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날 발표된 업무계획은 대부분 구체성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라임운용의 편법 거래가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된 때가 2019년입니다. 제3자의 손에 있어서는 안 될 금감원 문서가 룸살롱에서 전달된지도 벌써 5개월이 넘었습니다.

만약 금감원이 검사를 나간 금융회사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러니까 문제가 터진 이후에도 적절한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 말입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할 겁니다.

내부통제는 요즘 금감원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징계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돼가고 있습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은 라임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통보받았는데 이 또한 내부통제 실패와 연결됩니다. 라임펀드가 판매되는 환경을 손 회장이나 진 행장이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업무계획에는 곳곳에서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를 철저히 요구하겠다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생각해보면 금감원이 대책이라고 내놓은 내용도 참 민망합니다. 금감원 같은 조직에서 내부고발이나 퇴직선배의 방문 통제, 문서보안 등의 절차가 아직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얘기니까요. ‘금융권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힘쎈 조직이라면 스스로에게 먼저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저도 윤 원장의 말에 일견 동의합니다. 금감원 대부분의 직원들은 성실히 업무에 임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 리가 없지요. 조만간 금감원에서 복무기강 재점검 방안 기사를 쓸 수 있길 바랍니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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