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형 전원' 필요성 부각…ESS·연료전지 등 수혜 예상

입력 2021-02-17 15:03   수정 2021-02-17 15:04

최근 들어 재생에너지 투자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력 시장 전체 관점에서 보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문제는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가 지닌 태생적인 출력 변동성 때문이다. 태양광과 바람은 기후 등의 요소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전체 전력 계통에 가하는 부담도 커진다. 국내에서 이런 문제는 더 부각되는데,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어 인접 국가와 송배전 인프라를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분산형 전원’이 부상하고 있다. 분산형 전원이란 대형 발전소에서 한번에 전력을 생산해 송배전하는 대신, 수요가 있는 곳 근처에 소규모 발전 설비를 분산 배치하는 방식을 말한다. 생산과 소비처가 가까워 송배전망 투자 필요성이 작고, 전력 계통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재난 시 독립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도 분산형 전원을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다. 2020년 5월 확정된 ‘지역에너지계획’에선 17개 지자체가 2017년 1~10%인 분산형 전원 비중을 2025년까지 22% 수준(122TWh)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해 4월 발표 예정인 ‘분산형 전원 활성화 로드맵’을 기점으로 관련 정책 지원이 더 본격화할 전망인데, 현재 해당 로드맵에서는 수요처에 인접한 발전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분산형 전원은 어떤 형태로 실현되고 있을까? 해외의 분산형 전원은 지붕형 태양광 위주로 형성되고 있다. 지붕형 태양광이란 주택, 공장 등의 건물 지붕에 소형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소비자가 자가 발전하는 방식을 뜻한다. 모듈화가 가능하고 원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분산형 발전원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독일,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 등은 기본적으로 전력요금이 비싸 자가 발전 설비를 설치할 유인이 높은 데다 정부 정책도 강력하게 뒷받침되고 있어 지붕형 태양광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정부는 2020년부터 모든 신규 주택의 태양광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해외 지붕형 태양광 사업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간 및 날씨에 따라 출력이 불안정한 태양광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2019년 독일의 지붕형 태양광 설치 중 90%는 가정용 ESS와 연계됐고, 이에 따라 그해 독일 가정용 ESS 설치는 2017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세계 최대 지붕형 태양광 설치량을 자랑하는 호주 역시 가정용 ESS가 전체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 정부도 임야 부지 대비 지붕형 태양광에 높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임야 부지 0.7, 지붕형 1.5)를 주거나 인허가 과정을 단순화하는 등 지붕형 태양광에 호의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부지 위주로 지붕형 태양광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저렴한 전력요금 등의 요인으로 인해 아직 주택 지붕형 태양광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진 않았지만, 분산형 전원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정책 방향은 장기적으로 지붕형 태양광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해외 사례를 고려할 때 지붕형 태양광의 성장은 배터리, PCS 등 ESS 관련 부품 업체의 수혜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붕형 태양광이 세계에 걸친 장기적 방향성이라면, 연료전지는 특히 한국에 적합한 분산형 발전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결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하는 발전원으로, 2019년 기준 한국이 세계 누적 설치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등 국내 위주로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산업이다. 아파트 단지 근처 부지 혹은 건물 지하에서 발전해 각 가구로 전력을 공급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단독주택이 적고 건물 간 음영지역이 많은 한국의 지리적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연료전지는 도심에 적합하고 수요가 근처 설치가 편리하다. 설비의 크기가 작고 적층 설치가 가능해 소요 면적이 작을뿐더러(연료전지 250㎡/㎿ vs 태양광 1만㎡/㎿, 풍력 2만㎡/㎿) 터빈을 돌리지 않아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날씨와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일부 점검 기간을 제외하면 24시간 가동이 가능해 전력 계통에 가하는 부담이 작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지금도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출력 변동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분산형 전원의 필요성이 더 부각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ESS, 연료전지 등 관련 업계의 수혜가 예상된다.

kyeongwon.moon@merit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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