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고교생, 내신 절대평가로 학점 못채우면 '졸업유예'

입력 2021-02-17 11:10   수정 2021-02-17 11:16


오는 2025년부터 고교생들도 대학생들처럼 수강신청을 통해 학교에서 듣고 싶은 수강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내신평가에는 기존 석차등급 대신 절대평가가 도입된다. 이수학점을 못채우면 유급할 수도 있다.
내신 절대평가로, 학점 모자라면 유급
17일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도 대학처럼 학생들이 수강을 희망하는 과목을 신청해 들을 수 있게 하는 학사제도다. 고교학점제는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걸었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 출범 4년 만에 고교학점제의 밑그림이 나온 셈이다. 교육부는 2022년부터 일반고와 특성화고에 부분적으로 고교학점제 제도 일부를 도입한 뒤 2025년 모든 고교에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수업·학사 운영 기준이 모두 ‘학점’ 위주로 바뀐다. 수업 당 이수 가능한 학점은 대학처럼 최소 1학점부터 3, 4학점 단위도 개설 가능하다. 1학점은 학기 당 16회 수업으로 구성된다. 만약 한 과목에 수강 신청한 학생이 너무 적을 경우 여러 학교가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을 모아 공동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과목 체계도 바뀐다. 과학고·자율형사립고들이 주로 선택하던 전문교과Ⅰ(심화과목) 과목이 보통교과 내의 진로선택과목으로 편입된다. 학생 실력에 따라 어려운 과목도 들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취지다. 일반적인 학생들이 수강하게 될 보통교과도 기존 △공통과목 △일반선택 △진로선택 체계에서 △공통과목 △일반선택 △융합선택 △진로선택 체계로 바뀐다.

내신성적은 기존 석차등급제 대신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한 ‘성취평가제’가 도입된다. 성취평가제는 선택과목에 적용된다. 교사가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일정 수준의 과목 성취도를 보인다면 A~E 사이의 등급을 부여해 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처리한다. 지필평가 역시 기존 4지선다형 평가보다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통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고교 1학년의 경우 기존과 마찬가지로 석차등급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계적 변화로 학교 현장이 자연스럽게 고교학점제로 변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학생이 E보다 낮은 I등급을 받을 경우 ‘미이수’로 처리되며 총 이수학점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학의 F학점과 유사한 낙제점 제도가 도입되는 셈이다. 미이수 과목이 많아져 3년 내 192학점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졸업이 유예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I등급을 받은 학생에게는 별도과제 수행하거나 수업량을 축소하는 등의 보충이수를 통해 학점을 보충하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대입 제도 역시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대폭 변경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적용된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게 되는 시점에 맞춰 2028년에 ‘미래형 대입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검정고시 제도는 고교학점제 정착 이후 추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목 많아지는데 교사 양성계획은 ‘깜깜’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교에 개설해야 할 과목 수가 늘어나면서 교사 수는 물론 교사들의 역량도 더욱 중요해진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교사 양성체계도 개편하기로 했다. 앞으로 희소분야 교사가 급히 필요할 경우 교육부는 사범대학에 교원자격 과목을 수시로 신설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하기로 했다. 또 예비교원·현직교원들의 복수전공, 부전공 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학점 이수 기준을 기존 38학점에서 30학점으로 완화한다.

교사 확보가 어려운 희소 과목이나 농어촌 학교의 경우 교사 자격이 없는 박사학위 취득자를 한시적으로 기간제로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올해부터 여러 학교에서 수업을 담당하는 ‘순회교사’를 배치해 담당교사가 없더라도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근본적인 미래교원양성 체계는 내년에야 청사진이 나올 전망이어서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교원을 제때 공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원양성체계를 논의 중인 국가교육회의는 지난해 12월 교원 양성 수를 줄이라는 정책권고안을 내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에 맞춰 현직교사들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연수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2022년 새 교원수급 정책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교원 능력 양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학점제는 산업사회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체제의 대전환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교육개혁을 위해 2022 교육과정 개정, 미래형 대입, 고교체제 개편 등 2025년까지 교육 대전환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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