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조선은 '과학강국'…태종 때 세계지도 그렸다

입력 2021-02-18 17:30   수정 2021-02-19 02:36


인삼, 동의보감, 한지. 이 셋의 공통점은 조선시대 최고 수출품이자 당대 과학문명의 상징이었다는 것이다. 조선에선 17세기 후반 인삼 재배 기술을 완성했고, 인삼을 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게 한 홍삼 제조 기술을 개발한 후 20세기 초반까지 동아시아 인삼 무역을 주도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1613년 간행 후 중국에서 30차례 이상, 일본에선 적어도 3차례 이상 찍혀 나왔다. 조선의 제지 기술은 중국을 앞섰고 유리가 없던 시절엔 바람을 막아주는 문풍지로도 최적이었다.

신동원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겸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장은 신간 《한국과학문명사 강의》에서 우리 조상들의 과학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로 크게 인정받았는지 알려준다. “조선이 망국을 겪고 오랫동안 가난과 불행에서 헤어나지 못한 까닭을 대체로 서양보다 낙후된 과학기술에서 찾는데 이것은 매우 그릇된 상식”이라고 지적한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겪고도 반도체와 조선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산업 기술을 획득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 DNA가 있었다는 것. 그는 “역사 기록이 등장하는 1세기 이후부터 과학문명의 흔적이 본격적으로 포착됐다. 삼국시대에는 한자문명권 본산인 중국에 견줄 만한 문화 강국이 됐고, 조선 세종 때 과학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한다. 또 “조선 후기인 영·정조 때는 중국과 서양의 선진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인다.

이 책은 하늘, 땅, 자연, 몸, 기술과 발명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하늘’에선 과거 제왕학의 일부였던 천문학의 발전에 대해 다룬다. 이와 연관된 역법, 수학, 음악, 도량형 등도 소개한다. 중국이 아니라 조선의 천문학을 대표하는 ‘천상열차분야지도’, 조선 실정에 맞게 제작된 역법서 ‘칠정산’, 측우기와 자격루 등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다.

조선시대 풍수지리와 지도, 광물 탐구는 ‘땅’에 관한 이야기다. 조선 건국 직후에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와 세종실록의 ‘지리지’, 조선 후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등에서 나타난 주체적인 지리 사상에 대해 설명한다. 선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세계지도를 통해 당대 세계관을 살펴보고, 각종 광물의 정보를 담았던 책들에 대해서도 안내한다.

‘자연’에서는 바위에 그린 고대의 동식물 그림부터 실학사상에 기반한 농사, 가축, 어업 관련 실용 지식 등을 보여준다. 담배는 1613년 이전에 일본을 통해 들어왔고, 당시에도 흡연과 금연 관련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대륙을 넘나들던 향신료 고추는 조선의 식탁에도 혁명을 일으키며 김치 문화를 새롭게 바꿨다.

몸과 관련된 주제는 국산 약으로 병을 고치고자 했던 향약(鄕藥), 살인사건 의혹을 없애는 법의학 체계로 연결된다. 드라마 ‘대장금’으로 잘 알려진 조선시대 의녀에 대해선 “유교는 여성이 전문적인 일을 하도록 권장하는 사상은 아니었지만 유교의 강한 남녀유별 의식이 의녀라는 독특한 여성 전문 의료인을 탄생시켰다”고 설명한다. 한국과학문명사에서 가장 뛰어난 창의성이 담긴 11가지 유물과 유적도 소개한다. 성덕대왕신종, 석굴암, 고려청자, 금속활자, 화약과 화포, 거북선, 수원 화성, 석빙고, 온돌, 한글 등이다.

저자는 “우리 스스로 한국의 과학문명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며 “긴 안목으로 본다면 오늘날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도 외부 세계의 큰 자극에 대한 역동적이고 슬기로운 한국문명사적 대응 패턴”이라고 지적한다. 또 “과학은 과학자가 만드는 것”이라며 여전히 역사 속 베일에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과학자의 흔적과 생애를 발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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