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달라진' 대만 경제…1인당 소득 韓 추월 임박

입력 2021-02-18 17:26   수정 2021-03-20 00:04


대만 경제가 달라지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견제를 받아 일본 대기업의 하청 기지 역할을 하면서 20~30년간 저성장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이 2003년 한국에 뒤진 이후 계속해서 격차가 벌어져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상이 바뀌고 있다. 대만의 경제성장률이 2019년, 2020년 2년 연속 한국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도 한국을 앞서갈 것으로 전망됐다. 2024년께엔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을 앞지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중 분쟁 반사이익 얻은 대만

18일 대만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만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2019년 2.96%, 2020년 2.98%로 같은 기간 각각 2.0%, -1.0%를 기록한 한국을 웃돌았다. 대만 통계청은 올해 대만의 성장률이 3.83%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3.0%(한은 전망치 기준)를 크게 웃돈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보니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GNI)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018년 2만6421달러에서 2019년 2만6594달러, 지난해 2만9205달러로 뛰었다.

한국과의 소득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3년 사상 처음 대만을 추월한 이후 줄곧 앞서나갔다. 하지만 한국은 2018년 3만3563달러, 2019년 3만2114달러, 지난해 3만1000달러(추정치)가량으로 매년 쪼그라들었다.

대만의 부상은 미·중 분쟁의 반사이익을 얻은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대만 독립과 반중(反中)’을 내걸고 당선되고, 2017년 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분쟁을 일으키면서 미국 일본 등의 글로벌 기업 중 일부가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대만으로 옮겼다. 애플이 지난해 에어팟·아이패드·애플워치 생산시설을 대만으로 이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중심 산업 재편 성공
대만 경제의 성장은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지난해 수출액은 2019년 대비 22% 늘어난 1220억달러다. 지난해 대만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TSMC의 선전을 바탕으로 지난해 대만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 늘었다. 한국의 지난해 수출액이 2.5% 감소한 것과는 대비된다. TSMC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반도체 수탁생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불어나 18일 현재 5685억달러(약 629조원)에 이른다. 4973억달러(약 490조원, 보통주 기준)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를 멀찌감치 앞서고 있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국토 전체를 ‘실리콘 섬(Silicon Island)’으로 만들자는 계획 아래 1990년대 후반부터 반도체 등 IT산업에 수십조원을 투자했다. 안기현 반도체협회 상무는 “대만 정부는 1980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의 우수한 화교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성과를 봤다”고 말했다.

대만과 미국의 밀월 관계도 경제 성장에 큰 힘이 됐다. 미·중 분쟁 이후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AMD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이 TSMC에 반도체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대만 산업
성공적 방역도 대만의 성장 흐름을 뒷받침했다. 이날 대만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38명으로 한국(8만5567명)의 ‘90분의 1’ 수준이다. 대만의 탄탄한 ‘외화 안전판’도 안정적 성장에 발판이 됐다. 지난해 말 대만의 외환보유액은 5299억달러로 세계 6위다. 9위인 한국(4431억달러)에 비해 900억달러 많은 수준이다. 넉넉한 외화자산 덕분에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해외 주식 등 대외자산을 팔고 대만달러로 환전하려는 대만 기관·가계의 수요가 컸기 때문이다.

대만은 과거 강소 중소기업 중심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TSMC뿐 아니라 폭스콘, 포모사그룹, HTC, 아수스, 미디어텍 등 대기업이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이 격화할 때는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을 다수 보유한 경제가 생존에 유리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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