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유 생산량 40% 꺾였다…"텍사스발 원유시장 혼란 온다" [원자재포커스]

입력 2021-02-18 18:21   수정 2021-02-18 20:01


미국 산유량의 41%를 차지하는 텍사스에서 원유와 석유제품 생산이 '올스톱'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글로벌 원유시장 공급망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7일 미국 전체 산유량은 40% 급감했다. 이달 일평균 1100만배럴 가량을 생산했지만 지난 16일엔 이 수치가 약 750만배럴로 급감했고, 17일엔 50만배럴 더 줄었다. 가스 생산량도 2017년 이래 최저를 찍었다.

이는 한파와 전력난으로 텍사스 등 미국 주요 산유지역 정제시설과 유정 등이 가동을 멈춰서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미국 자회사 모티바는 텍사스주에 있는 북미 최대 규모 정제시설을 임시 폐쇄했다. 로얄더치셸, 엑슨모빌, 토탈, 마라톤에너지 등도 정유시설을 멈췄다.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이번 한파는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새로운 겨울 폭풍이 중남부와 북동부 지역를 휩쓸 것이란 예보다. 미 기상청은 새 겨울 폭풍이 텍사스 동부와 아칸소·루이지애나·미시시피·테네시 일대에 눈을 뿌리고 18일 북동부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문에 원유 생산량 회복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매우 드물어 혹한기 대비가 드문 편인 텍사스 일대에선 시추·정제시설 재가동도 아직 요원하다.

블룸버그통신은 "한번 얼어버린 유정을 다시 가동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라며 "자연 해빙을 기다렸다가 각종 설비를 점검해야 해 복구에 최소 몇주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밸브·파이프 등 일부 설비의 동파 피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보니 날이 완전히 풀리기를 기다린 뒤 세부 점검을 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에너지업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이 컸던 작년 대거 인력을 축소한 것도 복구 작업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작년 석유산업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여러 근로자들이 해고됐고, 이들 중 상당수는 연차가 높은 숙련자들이었다"며 "노련한 전문가들이 이전보다 적다는 점이 석유시설 재가동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직에너지서비스의 짐 뉴먼 부사장은 "일단 얼어붙은 설비가 자연적으로 해빙되길 기다린 뒤에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평가할 수 있다"며 "적어도 몇주간이 걸릴 것이고, 완전 복구가 빠르게 이뤄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보다는 정유시설의 생산 피해가 더 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스탠다드차타드사의 폴 호스넬 상품연구팀장은 "이전 사례를 볼 때 페름분지 산유량은 비교적 빨리 회복할 수 있다"며 "반면 정유시설은 장기간 생산 손실을 이어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미국에서의 생산량 우려로 유가는 오름세가 뚜렷하다. 18일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모두 작년 1월 이후 최고가를 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3월물은 배럴당 61.61달러에 거래됐다. 영국 ICE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64.94달러에 손바뀜됐다.

전문가들은 생산 타격이 장기화될 경우 최근 상승폭보다 더 유가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유시장 주력 헤지펀드인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창립자는 “원유 공급이 끊겼지만 정제시설도 멈춰선 상태다보니 지금 당장은 공급과 수요가 모두 줄어들어있다”며 “당장은 타격이 시장에 표면화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샌키리서치의 폴 샌키 석유 애널리스트는 “아직 시장이 텍사스 에너지난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미국 사상 최대 규모 에너지난이라 세계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때문에 석유제품 생산이 늦어지면 제조기업 생산과 농산물 유통 등에도 연쇄 타격이 갈 수 있다. 블랙골드인베스터스의 게리 로스 매니저는 “기후가 세계 원유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며 “이제 시장은 주요 산유국이 통제할 수 없는 '야생동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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