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거짓말의 나라 되나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2-18 11:00   수정 2021-02-18 11:18


온 나라에 거짓말이 차고 넘친다. '국가 의전 서열 3위'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 이상한 풍조 확산의 중심에 있다. 법관에 대한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소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거짓말로 일관하며 사법 신뢰를 추락시켰다. 해당 판사가 사직서를 내자 “수리하면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고 해놓고는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거짓답변을 버젓이 국회로 보낸 것이다. 판사가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단 하루만에 거짓말이 드러나고 말았다.

김 대법원장의 지난달 광주법원장 임명과정도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유력 후보자에게 압력을 넣어 후보동의 철회를 유도해놓고는 자진철회한 것처럼 포장해 다른 판사를 그 자리에 임명했다는 의혹이다. 김대법원장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는 평가가 확산하는 이유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거짓말 대열에 국정원장도 가세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의원 사찰' 의혹이 불거지자 어제 국회답변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불법사찰이 없었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전직 대통령부터 경제인까지 1800여명을 도청해 두 명의 국정원장이 유죄판결까지 받은 사실을 간단히 뒤집는 기막힌 거짓말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에 '거짓말의 명수'라는 비아냥이 붙었지만 조국·추미애 사태에 비하며 양반이다. 조국 전 장관은 권력핵심의 부패를 막아야 할 민정수석 시절 이해상충이 분명한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거짓말로 일관했다. '블라인드 펀드'여서 투자종목을 알수 없었다고 했지만 블라인드 펀드는 펀드설정 당시 투자종목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일뿐 투자종목을 안 알려주는 펀드는 아니다. 투자사실을 인지한 정황도 얼마전 1심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자녀 '스펙위조'를 모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입시비리 7개 혐의가 모두를 유죄판결 받는 과정에서 그의 직접 개입 사실도 인정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거짓말은 내용도 매너도 너무 저급했다. 그는 군 복무 당시 아들 병가관련 의혹제기에 "소설 쓰시네"라며 강력부정했다. 하지만 보좌관이 자신이 준 아들 소속부대의 장교와 통화하고, 휴가연장 경과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번호를 줬다고 지시를 한 것은 아니다'며 어거지로 일관했다.

'한번도 경험못한 거짓말 나라'에 문재인 대통령의 원죄가 적지 않다.'광화문으로 청와대를 옮기겠다' '5분 10분 단위로 일정을 공개하겠다'는 숱한 공약은 전부 허공으로 흩어졌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는데도 '안정적'이라며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대통령이 진실에 눈감는 사이 서민의 내집 마련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국민 생명 관련된 일에도 거짓말이 넘친다. 작년 9월 해수부 공무원이 북에 무참해 피살되자 대통령은 "남북간 군사통신선이 막혀있는 현실" 탓에 북에 구조 협조를 할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실종당일 국제상선통신망으로 남북이 의사소통한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났다.

절정으로 치닫는 코로나 팬데믹 조치에도 거짓말이 앞선다. 청와대 대변인은 '백신 국내 개발을 독려' 지시를 '백신 조기 도입' 지시로 둔갑시켰다. 이스라엘이 가장 빠른 접종 실적을 보이는데도 대통령은 "백신 개발국들이 먼저 접종할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 방송을 틀고 대통령의 백신 추가확보를 자랑했지만 허언이 됐고, 그 결과 OECD 37개국중 '백신접종 꼴찌국'이 유력하다. 대통령의 둘러대기는 '줄줄이 거짓말'을 낳고 있다. 질병청은 백신도입 지연에 대해 "빠른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두 달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상당히 다행스럽다"고 했다. '안전 확보를 위해 접종시기를 조절중'이라는 취지였지만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곧 시작된다는 점에서 새빨간 거짓말이란 비판이 불가피하다.

새빨간 거짓말이나 다름 없는 통계조작도 위험수위다. 고용동향은 공공알바로 분식하다보니 실태파악조차 쉽지 않다. 양극화 지수는 산출기준을 바꿔 비교도 힘들어졌다. "어떤 이를 계속 속일 수 있고, 모든 이를 잠시 속일 수는 있지만 모든 이를 계속해서 속일 수는 없다"(링컨)는 진리는 거짓말로 가릴 수 없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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