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에 팔린 영상채팅 앱 '아자르'…돈방석 앉은 창업자들

입력 2021-02-22 09:00  


젊은 층이 많이 쓰는 영상 채팅 앱 ‘아자르’(사진)를 운영하는 벤처기업 하이퍼커넥트가 또 하나의 ‘창업 성공신화’를 썼다. 하이퍼커넥트는 미국 매치그룹에 회사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매치그룹은 ‘틴더’ ‘매치’ ‘오케이큐피드’ 등을 거느린 세계 최대 데이팅 앱 업체다. 매각금액은 17억2500만달러(약 1조9000억원). 국내 스타트업이 조(兆) 단위 몸값을 인정받고 팔린 사례는 2019년 ‘배달의민족’ 이후 처음이다. 창업자 안상일 대표(40)를 비롯한 핵심 경영진은 회사 경영을 계속 맡기로 했다.

하이퍼커넥트의 최대 주주는 안 대표이고 투자 전문회사인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매각가가 2조원에 육박하는 이번 거래로 이들 모두 성공적인 엑시트(exit)를 하게 됐다.
엑시트는 ‘창업의 열매’ 수확하는 것
성공한 스타트업의 창업자와 투자자들은 어떻게 돈방석에 앉게 될까. 월급이나 배당을 차곡차곡 저축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기업가치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지분을 팔아 ‘한 방’에 현금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투자금을 회수하고 빠져나가는 것을 엑시트라 부른다. 스타트업의 엑시트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다. 회사를 다른 기업이나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인수합병(M&A),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기업공개(IPO) 등이 대표적이다.

2014년 설립된 하이퍼커넥트는 230여 개국에서 19개 언어로 영상 채팅 앱을 운영하고 있다. 아자르는 국산 앱이지만 해외 이용자에게 더 친숙하다. 누적 다운로드가 5억4000만 건에 이르고 사용자의 99%가 외국인이다. 매치그룹은 하이퍼커넥트의 대규모 동시접속 처리능력과 인공지능(AI)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매치그룹은 아시아 사업 확장을 계속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아자르 인수로 돌파구를 찾은 것”이라고 했다.

토종 스타트업들이 해외 M&A를 통해 대규모 엑시트를 본격화한 것은 2년 전부터다. 2019년 9월 사모펀드 CVC캐피털이 ‘여기어때’를 4000억원에 사들였고, 그해 12월에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4조7500억원에 인수했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한때 스타트업의 엑시트를 ‘먹튀’와 비슷하게 오해하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엑시트에 성공한 창업자들의 이후 생활을 보면, 돈만 쓰며 편하게 지내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연쇄 창업에 나서거나 투자자로 변신해 다른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사례가 많다. 엑시트는 재창업과 재투자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에 기여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투자→성장→회수→재투자’가 기업의 성장 공식으로 통한다.
여기어때·배민도 성공 사례로 꼽혀
성공적인 엑시트는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의 꿈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창업 후 엑시트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벤처투자 회수액 중 M&A 비중은 2.5%, IPO는 32.5%에 그쳤고 절반 이상(53.7%)이 장외매각이었다. 같은 해 미국에서는 벤처투자 회수액 중 M&A가 44.5%, IPO가 50.2%였다.

전문가들은 창업자의 역량, 모험자본의 꾸준한 공급, 대기업·스타트업 간 협력 등 전반적인 환경이 함께 무르익어야 엑시트도 활발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엑시트가 활발해지지 않으면 창업 생태계 발전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 육성을 넘어 엑시트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큰돈을 버는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유능한 인재가 창업에 몰려들 것이란 얘기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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