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석기시대에 갇힌 시대정신

입력 2021-02-22 17:55   수정 2021-02-23 00:19

문재인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하나같이 좌파 사회주의 색깔이 뚜렷하다. 나눔, 배려, 포용, 유대 등 사회주의 체제에 고유한 도덕적 가치를 전제하는 정책을 쏟아낸다. 이익공유제에는 코로나 팬데믹 정국에서 이익을 본 기업이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도와야 한다는, 배려의 도덕이 깔려 있다. 부유층의 부담으로 복지를 확대하는 사회 정의,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포용국가’ 등 비슷한 감성에서 나온 정책은 차고 넘친다.

좌파 정권이 그런 정책을 쏟아낼 때마다 우파는 이를 실현하는 데 따르는 재정 부담과 경제적 피해를 근거로 꼽으며 효율성과 번영을 안겨주는 자유시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충언한다. 돌아오는 건 자본주의는 이기심과 탐욕의 부도덕한 체제가 아니냐는 힐난이 전부다. 좌파 정권은 포용과 정의, 평등과 나눔 같은 멋진 말로 유권자를 유혹할 뿐이다.

우파의 대응 논리는 이성적이고 옳지만 좌경화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좌파의 감성적 언어 앞에서 연약한 이성은 여지없이 굴복하고 사회주의에 도덕적 고지(高地)를 빼앗겼다. 사람들이 진보는 도덕, 보수는 부도덕과 연결 짓는 건 그래서다.

좌파 유력 인사들의 잇따른 성희롱 사건, 내로남불 행태 등으로 인해 그런 도덕적 고지가 와르르 허물어지기는 했지만 사회주의에 대한 선호는 아직도 강력하다. 좌파 정권의 부도덕성을 비판하는 좌파 논객들이 선뜻 자유 사회로 전향하지 못하는 것도 사회주의 자체의 도덕성 및 자유의 부도덕성 때문이다.

주목할 문제는 사회주의가 도덕적으로 우월한 시스템이냐다. 그렇다고 주장하는 건 틀렸다. 사회주의의 도덕적 우월성은 원시사회의 타고난 도덕적 본능에 대한 그리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정책은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기시대 삶의 모습을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당시 인류는 소규모로 그룹을 지어 수렵·채집으로 삶을 이어갔다. 한 사람이 많이 가지면 다른 사람은 적게 가질 수밖에 없을 만큼 척박한 영합게임의 세계였다. 생산성, 번영 등 좌파 정권에서는 듣기 어려운 말은 당시에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투자와 교역이 어떻게 성장을 가능케 하는지, 자유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영합게임의 본능적 세계관 때문이다. 한국 경제를 망치는 데 기여한 소득주도성장, 24전 24패로 집값만 올려놓은 주택정책 등 지난 4년여간 펼친 모든 정책 실패는 그런 몰이해의 결과다. 그들의 영합게임 세계관에 비춰 보면 부자와 대기업은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투기를 통해, 협력업체와 중소상공인을 등치거나, 운(運)이 좋아서 부(富)를 축적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에서 생겨난 정책의 대표적 예가 ‘기업규제 3법’이다.

원시 부족사회에서는 집단의 생존이 목표였다.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결속해 먹을 것을 나누지 않으면 집단의 존립이 위태로웠다. 사적 소유, 자유, 책임 등 문 정권에서 사용하지 않는 말이 그때도 존재하지 않은 배경이다. 내·외부인을 알아내는 본능의 소산인 편 가르기도 진화가 덜 된 문 정권의 특징이다.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편 가르기 정책의 최고 절정은 ‘코드인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요컨대 문 정권에 사회주의란 자기 진영의 존립을 목표로 해 한국 사회를 조직하기 위한, 원시사회의 구성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는 도덕적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인류가 점차 큰 사회로 발전해 가면서 개인의 목표가 다양해지고, 분업이 확대되고, 새로운 도덕관이 형성됐다. 소규모 종족사회에서 고도로 발전된 문명을 성공적으로 형성할 수 있으려면 사회는 새로운 규칙에 적응해야 했다. 그게 바로 인격과 소유 존중, 자발적 교환, 직업정신, 정직성, 자기 책임, 법 앞의 평등 같은 도덕적 기본원칙이다. 이것은 곧 자유의 원칙이다.

경제적 자유는 이기심과 탐욕만 키울 뿐이라는 주장은 틀렸다. 문 정권이 과거 부족 단위의 낭만적 인식 수준으로 오늘날 5000만 명이 사는 거대한 열린 한국 경제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씻을 수 없는 거대한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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