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포스코, 석탄 대신 수소로 철강 만든다

입력 2021-02-22 17:41   수정 2021-02-23 02:08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석탄 대신 수소를 철강 생산 재료로 쓰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협력한다. 자동차 강판 등 현대차가 사용하는 철강재를 생산하는 공정에서 탄소를 완전히 제거해 탄소중립을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경북 포항 포스코 영빈관에서 열린 ‘수소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식’에서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두 회사는 수소산업 관련 국책과제에 각각 참여하는 동시에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란 철강 제련 과정에서 필요한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공법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 기술이다. 기존 방식으로 철강 1t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석탄 0.75t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약 2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철강산업이 대표적인 탄소 배출 산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는 ‘그린수소’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린수소는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수소 사용량을 대폭 늘려 수소경제 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연간 500만t의 수소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미래 친환경 기술”이라며 “산업계 전반에 조기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포스코 '수소동맹'…美·EU '탄소중립 장벽' 대응
"막대한 개발비…정부 지원 절실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협력해 개발하기로 한 수소환원 공법은 기존 용광로나 전기로 등과 완전히 다르다. 용광로는 철광석(산화철)과 석탄(환원제) 등을 넣어 고열로 녹이는 방식으로 순수한 철을 만든다. 고품질 철을 대용량으로 만들 수 있지만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등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전기로는 철스크랩(고철 덩어리)을 전기로 녹여 쇳물을 만든다. 대량의 전기를 쓰기 때문에 결국 탄소중립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두 회사가 준비하고 있는 수소환원제철소는 그린수소를 환원제로 쓰기 때문에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철소를 지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개발 이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와 포스코의 포항·광양제철소는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소로 전환될 전망이다. 제3의 지역에 별도 수소제철소를 건설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산업에서 경쟁하던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손잡은 것은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설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막대한 세금을 내거나 아예 제품을 팔지 못할 수도 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하면 회사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글로벌 철강사는 탄소중립 정책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내몰릴 수도 있다”며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막대한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협력을 택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소는 석탄에 비해 비싸고, 운송과 생산 관련 기술이 한창 개발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수소를 환원제로 하는 철강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비쌀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과 운송, 저장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개별 기업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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