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 "맨땅에 헤딩해도 잘될 거야…자신감이 중요하죠"

입력 2021-02-23 17:19   수정 2021-02-24 00:57


2013년 9월 출범한 새만금개발청의 양충모 기획조정관이 급히 기획재정부 예산실 문을 두드렸다. ‘새만금 동서도로’ 사업의 설계비 배정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기재부는 예산 배정에 회의적이었다. “허허벌판에 도로 하나 생기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시각이었다. 양 기획조정관은 “동서도로는 새만금의 대동맥 역할을 할 것이다. 도로가 있어야 새만금 개발이 탄력을 받는다”고 설득한 끝에 설계비를 받아냈다. 그 덕분에 길이 20.4㎞짜리 동서도로 사업이 본격화됐다. 양 기획조정관은 약 6년이 지난 작년 8월 제4대 새만금개발청장에 취임했다.

양 청장 부임 후 6개월 동안 새만금에선 많은 일이 일어났다. 전북 새만금 신항만~김제시 진봉면 심포항을 잇는 동서도로는 작년 11월 개통했다. 대기업이 2조원대 투자를 결정했고 스마트 수변도시도 착공했다. 태양광발전과 그린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작업도 닻을 올렸다. 양 청장은 “전임 청장들의 업적”이라며 손사래 쳤다. 새만금청 안팎에선 그의 열정과 추진력이 낳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 잘될 거야”…소통하는 ‘긍정왕’
양 청장은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새만금 개발을 ‘맨땅에 헤딩하기’로 비유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오픈마인드’를 강조한 것도 창의적인 도전정신이 필요해서다. 양 청장은 “대부분 처음 해보는 일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청장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꼼꼼하게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항상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중요한 내용을 적는다. 메모량이 많아 여분의 수첩도 챙긴다. 기재부 출신답게 한 번 본 숫자는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취임 한 달도 안 돼 새만금 개발과 관련한 여러 사업과 수치를 자료 없이 술술 말해 직원들이 놀라기도 했다.

양 청장은 자타공인 ‘긍정왕’이다. 업무할 때도 “다 잘될 겁니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청사에서 직원들과 대화할 때 큰 웃음소리가 자주 난다. 매사 낙관적인 그의 자세는 직원들에게도 ‘긍정의 에너지’로 전달된다.

“일할 때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거기에 함몰되면 더 힘들어질 뿐입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올 수 있어요.”
공무를 우선하는 ‘선공후사’ 정신
행정고시 34회 출신인 양 청장은 1991년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기재부에서 경제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을 지냈다. 올해로 공직생활 30년째다. 그에게 인생철학을 묻자 ‘선공후사(先公後私)’라고 답했다. 모든 일의 최우선에 공무를 둬 공직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가장 힘든 시기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실업대책을 총괄했을 때를 꼽았다. 당시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공무원 연봉의 3%를 삭감해 1조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외환위기 전까지 완전고용 상태였던 터라 당시엔 실업대책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인건비를 담당하던 그에게 임무가 떨어졌다. 노동부 공무원, 노동연구원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선진국 사례를 뒤졌다. 유럽의 ‘퍼블릭 워크(public work)’가 눈에 띄었다. 번역하니 ‘공공근로’였다. 그냥 돈을 주기보다 생산적 복지에 투입하는 개념이었다. 전 부처에 공공근로 사업을 편성했다. 며칠씩 밤샘 작업이 이어져 둘째 아이가 태어나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이때 ‘황소개구리 사건’이 터졌다. 환경부 공공근로 사업으로 20억원을 배정했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 황소개구리 퇴치 사업에 나선 것이었다. 환경부 직원들까지 나서 종일 뒤져도 하루 두세 마리밖에 잡히지 않았다. ‘공공근로 예산 낭비’라는 기사가 실렸을 때는 안타까웠다고 한다. 물론 보람도 있었다. 문서 자료를 데이터로 바꾸는 정보화 지원 사업은 대졸 청년들로부터 호평받았다. 숲 가꾸기 사업도 양 청장이 뿌듯해 하는 부분이다. 양 청장은 20년 전 비슷한 경험을 해서인지 새만금청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과정이 낯설지 않다고 했다.
앵커기업 유치에 팔 걷어
양 청장 취임 후 새만금에서 많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취임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GS글로벌과 ‘새만금특장센터 투자협약식’을 했다. 11월에는 SK컨소시엄과 ‘창업클러스터 구축 및 데이터센터 유치 투자협약’을 맺었다. 투자 규모만 2조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다. 이어 12월엔 새만금 육상태양광1구역 발전사업과 2만5000명이 거주하는 자족도시인 ‘스마트 수변도시’ 착공식을 했다. 새만금 스마트 그린산단 비전선포식도 열었다. 새만금을 그린수소 생산 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한 작업에 나선 것이다.

그는 새만금은 “기회의 땅”이라고 했다. 새만금의 풍력, 태양광, 그린수소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첨단기술산업이 발전할 수 있어서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세계 최대인 2.1GW 규모 수상태양광발전 단지 조성도 추진 중이다.

그린수소 역시 역점 사업 중 하나다. 현재 수소는 정유 공정의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부생수소,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반응시켜 뽑아내는 개질수소로 얻는다. 이때 이산화탄소가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부생수소와 개질수소는 ‘그레이수소’라고 한다. 반면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는 친환경적이어서 그린수소로 부른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잉여전력이 발생한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하면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양 청장은 “그린수소를 생산하려면 태양광,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얻어야 한다”며 “새만금은 지형적으로 수소에너지를 활용할 조건이 완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새만금 개발사업 2단계가 본격화한다. 양 청장의 올해 목표는 분명하다. 새만금 개발이 탄력받을 수 있는 앵커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작년 GS글로벌과 SK컨소시엄 등 대기업이 투자 신호탄을 쏘아올렸습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문의해오는 상황이고요. 도로와 철도, 신항만, 국제공항 등 인프라 사업 역시 하나둘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지만 결국 다 잘될 겁니다.” 양 청장이 환하게 웃었다.

■ 양충모 청장은

△1963년 전북 남원 출생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91년 행정고시(34회)
△1991년 경제기획원 투자기관관리과
△1994년 서울대 행정학 석사
△2008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기술정보과장
△2013년 새만금개발청 기획조정관
△2014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2020년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2020년 8월~ 새만금개발청장


최진석/장현주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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