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을 '팬덤 마켓'으로…정용진의 실험 '첫타석 홈런'

입력 2021-02-23 17:23   수정 2021-03-03 18:27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소문난 ‘얼리 어답터’(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사용해보는 사람)다. 국내 유통업계를 이끄는 기업인으로서 누구보다 트렌드에 민감하다. 정 부회장의 리더십은 ‘숫자’보다는 선 굵은 ‘그림’을 그리는 데서 나온다는 게 지인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런 정 부회장이 프로야구에 꽂혔다. SK그룹으로부터 야구단을 매입하고,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영입하는 등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23일 SK그룹과 야구단 와이번스 지분 100%를 1000억원에 매입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야구연습장 등 토지·건물(352억8000만원 규모) 매매는 별도 계약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가입 신청도 마쳤다. SK 와이번스의 새 팀명과 유니폼 디자인 등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날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동하는 추신수 영입도 공식 발표했다. 그룹 관계자는 “추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지만 KBO 리그에서 뛰고 싶은 열망이 강해 영입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봉 계약금액은 27억원이다. 추 선수는 10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쓸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이달 초 미국 출장길에 올라 보름여를 머물다 최근 귀국했다. 그는 현지 계열사를 돌아보는 한편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미국의 프로구단 운영 방식과 스포츠·유통 간 시너지 제고 방안 등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현지에서 직접 추 선수를 만나 영입을 설득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은 야구단 운영에 관한 장단기 비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비전은 신세계 계열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의 인지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야구장에 진열된 각종 상품을 SSG닷컴으로 구매하는 ‘옴니 채널’이 시현될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야구단 명칭의 앞 글자를 신세계가 아니라 ‘에스에스지(SSG)’로 확정했다”며 “뒤의 영문명은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야구단 운영을 통해 새로운 유통 채널로 부상하고 있는 ‘팬덤 마켓’을 공략한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류 팬덤’을 소비로 연결시키기 위해 네이버와 빅히트가 결합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정 부회장은 연고지인 인천에 새로운 돔 구장 건설 계획을 밝히는 등 장기적 비전을 그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무인결제 점포를 들여놓는 등 신설 구장을 일종의 거대한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종의 ‘아마존 모델’이다. 글로벌 온라인 리테일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아마존은 오프라인으로의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핵심 두 축이 신선식품 전문점인 홀푸드마켓과 무인 점포인 ‘아마존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소비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야구장, 극장, 공항과 같은 다중 밀집 시설에선 무인 점포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는 산업 간 경계를 허물며 전방위로 압박해오고 있는 디지털 강자에 대해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업체가 시도하는 다양한 실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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