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자동차 실험

입력 2021-02-23 15:46   수정 2021-02-23 15:48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로버트 스캐린지가 자율주행 전기차 기업 ‘리비안(Rivian)’을 설립한 때는 2009년이다. 이후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2017년 일리노이주의 미쓰비시자동차 미국 공장을 인수했다. 그해 12월에는 5인승 픽업 전기차(EV) ‘A1T’와 7인승 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A1C’를 로스앤젤레스(LA) 모터쇼에 출품했다.

오랜 시간 리비안을 주목한 곳은 거대 기업 아마존이다. 2030년까지 모든 물류 이동 수단의 전동화 계획을 실현하려면 규모는 물론 고도의 지능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리비안에 2030년까지 10만 대의 물류용 밴(VAN) 공급을 요청했고 지난해 말부터 LA에서 실증 실험을 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아마존의 전기차 전략이다. 물류용 전기 트럭이 보다 쉽게 물건을 배송하려면 거점별로 충전 시설 등이 필요하고 이는 건물 리모델링과 연동된다. 자연스럽게 아마존은 건축 및 충전 인프라 사업에도 참여한다. 물류 모빌리티 부문에서 강자로 올라서는 기반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반면 완성차업계는 아마존의 행보가 달갑지 않다. 배송 목적의 자동차 시장이 유통 대기업의 직접 진출로 전환되면 판매 시장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물건을 이동시키려는 아마존과 이동 수단을 공급하려는 자동차 기업의 사업 방향 자체가 달라서다. 아마존에 필요한 전기 트럭은 내구성은 물론 유지비용 절감이 핵심이다. 따라서 중요 부품인 배터리 셀은 부분 교체가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반면 자동차 회사는 배터리팩을 일체형으로 만든다. 일정 기간 사용 후 자동차의 재구매를 유도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동 수단 판매로 이익을 내야 하는 자동차회사와 이동 수단 운행비를 줄여 수익을 높이려는 아마존의 모빌리티 전략이 근본부터 차이가 나는 배경이다.

아마존의 실험은 이미 진행형이다. 일부 사용 중인 전기 물류 밴의 배터리팩은 셀의 부분 교환이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이매트릭스(eMatrix)’로 알려진 미국 내 배터리팩 기업의 특허 기술이다. 셀에 문제가 생기면 모듈만 교체해 배터리 전체의 수명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자동차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오랜 시간 물류에 활용해 배송 비용 절감을 이뤄낸다는 얘기다. 물론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물류용 전기화물차의 보조금 제한 때문에 대부분 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국내 소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소형 전기 화물차 제조를 준비하는 곳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가 독점한 1t 화물차 시장에 전기차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과정에서 물류 기업과 손잡으려는 노력도 한창이다. 승용보다 상용 부문의 전기차 비용 절감 효과가 월등히 높아서다. 아직 제품 완성도는 대기업에 비할 수 없지만 관련 해외 기술 등을 손쉽게 도입할 수 있어 제품력을 단시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친환경 소형 화물차 시장은 물류 기업의 참여 여부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마치 아마존처럼.

권용주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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