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중대범죄수사청' 강행…검찰 내부 "윤석열 압박용" 주장

입력 2021-02-25 21:08   수정 2021-02-25 21:18


여권이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위한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에 속도를 내면서 검찰 안팎에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속도조절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수사청 설치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은 지난 22일 '문 대통령이 수사권 개혁의 안착을 당부했다'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발언으로 불거졌고, 논란이 확산되자 박 장관은 "대통령은 그런 표현을 쓴 적 없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여당은 수사청 설치 법안을 상반기 중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수사·기소 분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꾸준히 추진돼왔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에 이어 수사청 설치까지 추진되면서 졸속 저리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수사·기소 분리를 성급히 추진할 경우 자칫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공소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더라도 형사소송 시스템 변화를 반영한 보완책을 단계적으로 마련해 가면서 차분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권이 수사청 설치를 강하게 밀고 나가자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힘빼기'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수사·기소 분리하는 것이 대세라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검사가 수사·기소를 같이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수사청 설치는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용이라는 주장이다.

또 여권이 수사청 설치 강행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최근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장회의나 평검사회의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검찰의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검찰 수장으로서 성급한 수사·기소 완전 분리 추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국회 입법권에 대놓고 도전하는 모습은 검찰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윤 총장이 당장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보다 여론 추이를 봐가며 대응 시기와 톤을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대검 측은 국회 측의 요구가 없는 한 수사청 관련해 입장을 낼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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