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온라인 체험이 더 중요한 세대

입력 2021-03-01 18:16   수정 2021-03-02 00:03

3월 2일, 아직은 쌀쌀한 봄바람을 맞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등교하는 첫날이다. 하지만, 작년은 달랐다. 교실은 조용했고 운동장은 텅 비었으며 등하굣길의 재잘거림은 없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여러 차례 미뤄진 개학은 4월이 돼서야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학교는 텅 비었지만 온라인은 뜨거웠다. 국내외 약 540만 명의 학생은 선생님과 화상으로 만나고 앱으로 소통했다.

온라인 개학은 전례 없는 초대규모 동시 접속이라는 사안이었기에 관련 전문가 모두가 불철주야 헌신했다. 상황실은 24시간 운영됐다. 매일 오전 9시에 모든 학생이 안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7시부터 긴장하고 대기했다. 프로젝트 담당 팀장은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준비는커녕 예비 신부 얼굴도 못 보며 상황실에서 쪽잠을 잤다. 식사도 제때 못하는 관리자들을 위해 상황실 한쪽에는 컵라면이 가득했다. 그렇게 온라인 개학은 ‘K에듀’ 사례를 만들어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Z세대와 알파세대라 그런 것일까? 처음 시도되는 온라인 수업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학부모들의 우려가 많았지만, 학생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질문도 하고 모둠 토의와 과제도 진행했다. 같은 반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SNS 아이디도 교환하며 교우 관계를 쌓았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Z세대와 그 뒤를 잇는 알파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이들은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하는 데 익숙하고 텍스트보다 영상 콘텐츠를 선호한다. 실시간 영상을 함께 보며 메신저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배우고 창출한다. 유튜브나 라이브 방송으로 이어지는 소통이 기성세대에게만 낯설었던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한 달에 몇 번 교실에서 마주한 친구들이 반가운 동시에 어색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접촉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니, 한창 뛰놀고 싶은 나이에 더욱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의 추억은 몇십 년이 지나도 떠오르는 소중한 것인데 코로나19가 앗아간 만남의 기회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이 또한 낡은 생각일 수 있다. 기성세대는 오프라인에서 맺은 관계와 경험이 온라인의 그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세대는 그 반대로 오프라인이 비교적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리적 어깨동무가 가상의 만남보다 더 의미 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을 잘 이해하고 사업 방향에 반영하는 회사들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지난 1년간 선생님과 학생들이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온라인 교육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실에 안착했다. 올해는 온라인 교육과 대면 수업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평년처럼 새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명랑한 목소리가 온라인을 넘어 온 동네에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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