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달라" 수녀 읍소에…'무차별 살상' 미얀마 군경도 총 내려놨다

입력 2021-03-03 07:44   수정 2021-03-03 07:46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민중 시위대를 향한 당국 공권력의 무차별적인 폭력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무고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거리에 나서 읍소한 수녀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진은 미얀마 주교회의 의장이자 양곤 대교구 대주교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이 지난달 28일 미얀마 현지의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해 SNS에 공유한것이다.

사진 속 수녀는 중무장한 경찰 병력을 앞에 두고 도로 한복판에 무릎을 꿇고 있다. 시위대에 폭력을 쓰지 말아달라며 애원하는 모습이다. 두 손을 든 채 울부짖는 모습도 있다. 그녀는 미얀마 북부 도시 미치나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수녀원 소속 안 누 따웅 수녀다.

보 추기경은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누 따웅 수녀가 자유와 인권을 달라고 항의하는 민간인들에게 총을 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은 미얀마 군경의 무차별적인 무력 사용으로 시위에 참석한 인원 중 최소 18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치는 등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날로 '피의 일요일'로 불린다.

당일 누 따웅 수녀가 거주하는 지역에서도 시위가 벌어졌고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직접 목격한 누 따웅 수녀가 참다못해 거리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보 추기경이 공개한 이 사진들은 이탈리아 유수의 가톨릭 전문 매체들에 잇달아 실었다. SNS로 사진을 접한 이탈리아 로마의 한 한국인 사제는 "마치 5·18 광주민주항쟁과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따르면 누 따웅 수녀는 현장에서 "쏘지 마세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 마세요. 원하시면 나를 쏘세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이같은 용기 있는 행동에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들도 행진을 멈추고 총을 내려놨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누 따웅 수녀는 경찰에 쫓기던 시위대에 수녀원을 피신처로 제공하는 한편 부상자들의 응급 치료에도 도움을 줬다고 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매체에 "수녀님에 의해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는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인사는 "수녀님의 진심어린 요청으로 군인들의 폭력을 제지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달려갔다"고 밝혔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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