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000억대→180억…'관리종목 위기' 놓인 크루셜텍

입력 2021-03-03 16:20   수정 2021-03-03 18:28

스마트폰 지문인식 모듈 제조사인 크루셜텍이 4년 연속 영업손실을 신고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했다. 한때 5000억원대에 달하던 시가총액은 18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신사업 진출과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실패한 결과다.

3일 크루셜텍은 27.43% 급락한 8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80억원에 불과하다. 크루셜텍은 전날 공시를 통해 내부결산 결과 지난해에 매출 460억원, 영업손실 17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7년 이후 4년 연속 영업손실로, 코스닥시장 규정에 따라 크루셜텍은 외부감사인 감사를 거쳐 실적이 확정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크루셜텍은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시가총액 코스닥 시가총액 50위 안에 드는 대어급 핸드폰 장비주였다. 2010년 상장 이후 성장을 거듭하며 2013년에는 매출이 4174억원까지 급증했다. 주가 고점인 2011년 4월 당시 시가총액은 5267억원으로, 지금은 5조원대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셀트리온제약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 지문인식 모듈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물론 소니와 비포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의해 채용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크루셜텍 최대주주인 안건준 대표는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하며 벤처업계를 대표해 각종 사회이슈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호시절을 구가하던 크루셜텍은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급격하게 실적과 주가가 악화됐다. 스마트폰 지문인식 시장이 급성장하자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이 지문인식 모듈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중국의 카메라모듈 제조사인 오필름은 크루셜텍의 주력 고객사였던 중국 중저가폰 제조사들을 빼앗아갔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악화된 중국내 여론도 중국발 수주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회복을 위한 노력들은 있었다. 크루셜텍은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지난해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6대 1 무상감자까지 거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모바일 체온계나 호흡 가스 분석기 등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적자행진이 지속되자 지난해 6월에는 판교 사옥을 354억원에 매각하고, 폐질환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며 '코로나19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영업손실은 이어졌고, 매출 역시 전년대비 25.4% 감소했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둡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문인식 모듈 중심의 현 사업구조로는 올해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지문인식 모듈은 크루셜텍 매출의 77%를 차지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크루셜텍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속적인 적자와 주가하락에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며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지만 중국 경쟁을 이겨내는 데도, 사업영역을 확장하는데도 실패하면서 투자 매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기관투자가의 유니버스(투자가능 종목)에서 배제된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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