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스트레스에 뒷목 잡겠네요"…건축주 울리는 불법 리베이트

입력 2021-03-04 17:10   수정 2021-03-05 01:56

건축 기간 내내 건축사와의 갈등으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사용 승인을 신청하는 날, 건축사가 갑자기 돈을 더 달라고 했다. 건축 인허가 담당자들과 식사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부당한 수많은 요구를 견뎠는데, 이렇게 끝까지 건축주를 괴롭히는 것이 중소형 건축 현장의 현실이다.

단계별로 합법적인 비용은 물론이고 불법적인 리베이트까지 건축주에게 받아가는 게 일상화돼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마지막에 생각하지도 못한 많은 비용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 합법적인 비용이지만 관공서 등에 내야 하는 것도 수도 없이 많다. 수도, 가스, 전기 인입 비용과 각종 감리 비용, 인허가 관련 세금 등이다. 미리 대비하기 힘들기 때문에 중소형 건축주들에게는 큰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건축주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주범은 불법적인 리베이트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의 뒷돈이 오고 가는 상황이라 비전문가인 건축주들이 단속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리베이트는 토지를 매입할 때, 공인중개사로부터 소개받은 은행에서부터 발생한다. 선의라고 생각했던 소개였는데 은행 융자에 소개비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 설계를 위해 관할 관청 앞에 있는 건축사를 소개받을 때도, 건축 허가가 나올 때쯤 건축사가 건축주를 위해 친절하게도 능력 있는 시공사라며 소개해줄 때도 리베이트가 있다.

현장에서는 더하다. 토목, 골조, 목공, 설비 등 공종별로 하도급 업체가 있는데, 이들 사이에서도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뒷돈이 오고 간다. 부실한 시공사일수록 현장소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본사의 통제를 덜 받는다. 이 때문에 업체 간 짬짜미가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법적인 관행과 각종 감리비, 복잡한 심의가 건축주에겐 모두 큰 부담이다.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각종 규제를 내놓고, 기술적인 감리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심스럽다. 건축, 소방, 통신, 전기 등 수많은 감리업체와 계약을 하고 돈을 내도 이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보기는 힘들다. 그들의 면허와 도장만 쓰게 되는 셈이다. 물론 부실한 시공을 발견하고 불만을 말해도 시공사 탓만 하지 시정 조치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런 비용을 ‘도장값’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차라리 모르고 지나가면 속 편할 수도 있지만, 건축주가 언젠간 깨닫게 되는 현실이다.

송찬호 < 행복건축협동조합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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