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유 유통 시스템…금주법 덕분이라고?

입력 2021-03-04 17:11   수정 2021-03-05 01:55

20세기 최악의 법은 무엇일까. 주류업계에선 단연 1920년부터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선되기까지 있었던 미국 볼스테드법, 이른바 금주법을 꼽는다.

금주법은 음주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오히려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당시 술을 허용한 곳은 종교 행사였다. 술을 마시러 교회를 다니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건포도에 물을 타 홈메이드 와인을 만드는 일도 많았다. 부동액, 향수 등에서 알코올을 분리하다가 메탄올 등이 함유된 술을 마셔 실명은 물론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있었다. 주류 시장은 지하 세계의 마피아가 이끌었고, 마약 밀매 등이 성행했다. 갱단들 사이에서 폭력, 살인 등 범죄 행위도 늘었다. 잘 알려진 알 카포네가 이 시대의 주인공이다.

금주법이 나온 것은 음주에 따른 폐해 때문이었다. 1800년대 기술의 발달로 도수 높은 증류주 가격이 싸지자 노동자들이 이 술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폐해 때문에 초기 금주법의 대상은 위스키, 럼, 진 등 도수가 높은 술이었다. 곧 맥주와 와인도 금주법 대상에 포함됐다. 발효주에도 알코올이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자 극우 개신교도들이 맥주와 와인도 금주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맥주와 와인은 일상적으로 늘 마시는 음료였기에 사회적인 충격이 컸다.

금주법이 결정적으로 힘을 얻게 된 계기는 미국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이었다. 독일의 잠수함에 끊임없이 배를 잃은 미국은 독일계 미국인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미국 내 맥주산업은 독일계 미국인이 주도하고 있었다. 그들이 번 돈으로 독일을 후원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독일계 미국인들은 이름을 미국식으로 바꿨다. ‘뮐러’는 ‘밀러’가, ‘슐츠’는 ‘스미스’가 됐다. 정체성을 숨기고 아메리칸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금주법이 지금의 주류 문화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금주법은 제조, 유통, 판매를 금지했다. 여기에서 빠진 것이 있었는데 음주였다. 금주법이 시행되기 전 어마어마한 사재기가 일어났고, 이후 미국의 홈술 문화가 발전했다. 밀주 등이 유통되자 시장에 조악한 술이 넘쳐났다. 이런 술의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칵테일 도구가 나왔다. 1층에서 술을 팔던 술집은 지하로 내려갔다. 간판 없이 즐기는 ‘히든 바(Hidden Bar)’,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로 바뀌었다. 최초의 무알코올 캔맥주가 등장했고, 캔맥주 시대를 여는 초석을 다졌다.

경찰에 쫓기던 마피아들은 자동차 경주를 하기 시작했고, 이는 미국 최대 자동차 경주 대회인 ‘나스카’ 탄생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우유산업도 발전했다. 알 카포네 덕분이었다. 금주법이 폐기되자 알 카포네는 밀주를 유통하기 위해 개발한 전국 유통망과 냉장 수송차를 우유 신선 유통에 활용했다. 밀주법을 계기로 현대의 우유 유통 시스템이 탄생한 셈이다.

명욱 < 주류문화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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