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청년채용 급감, 무리한 정규직化 필연적 결과다

입력 2021-03-05 17:41   수정 2021-03-06 00:06

고용노동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1호 업무지시’였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化)’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어제 발표했다. 2017년 7월부터 작년 말까지 총 19만953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정책 목표치인 20만4935명의 97.3%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아직 정규직 전환 결정을 못 한 공공기관은 전담자를 둬 집중 관리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문 대통령이 취임(2017년 5월) 후 첫 외부 일정인 인천공항공사 방문 때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내린 지시다. 대통령의 ‘1호 지시’라는 상징성이 큰 까닭에 고용부가 ‘충실히 이행했다’는 자화자찬성 보도자료를 낸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이런 생색내기로 무리한 정규직 전환이 불러온 혹독한 ‘청년취업 한파’가 가려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공공기관의 인건비 예산이 한정된 마당에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면, 이들이 신입사원 채용 축소로 대응하리라는 것은 조직운영의 기초만 알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전문가들도 일찌감치 이 같은 상황을 경고했지만, 정부는 애써 외면해왔다. 지난해 436개 공공기관에서 신규 채용한 청년(만 15~34세)이 2만2798명에 머물러 2019년에 비해 20%나 뚝 떨어진 것은 그 필연적 결과다. 이 가운데 강원랜드 한국가스공사 등 67곳은 경영평가상 불이익을 받는데도 청년고용특별법에 명시된 의무고용 비율(매년 정원의 3%)을 지키지 못했다. 인건비 급증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고용 유지마저 걱정해야 할 절망적 상황”(한국마사회 노동조합)에 놓인 마당에 청년고용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이들에게 온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앞서 취업한 정규직·비정규직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와중에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취준생들은 최악의 취업난에 좌절하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집단만 챙기는 1차원적 고용정책 탓에 보이지 않는 곳의 약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이들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주려면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이 필수인데, 정부는 ‘공공알바’ 확대 같은 땜질식 숫자놀음에서 4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일자리를 숫자로 챙겨 고용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도 그렇다. 나라 미래를 짊어진 청년들에게 이렇게 가혹한 나라가 어디 있나 싶다. ‘포용과 공정’을 내건 정부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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