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6% 성장'에 담긴 비밀 [더 머니이스트-Dr. J’s China Insight]

입력 2021-03-08 09:31   수정 2021-04-07 10:42


많은 관심을 모았던 중국의 2021년 양회의가 시작됐습니다. 하이라이트인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가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코로나를 안정화 시켰고, 경기회복도 가장 빠른 나라가 중국입니다. 그래서 코로나위기 이후 첫해인 2021년 중국경제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가 전세계의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총리의 발표는 너무 밋밋했습니다. '6%이상'의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언급 한 것 빼놓고는 작년 12월의 경제공작회의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2021년 양회의와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중국이 22년전에 사망한 등소평을 다시 불렀다는 느낌이 듭니다. 바로 '도광양회(韜光養晦)'입니다.
다시 등장한 등소평의 '도광양회'
도광양회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입니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 노릇을 할 때 살아 남기 위해 일부러 몸을 낮추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도록 해 경계심을 풀도록 만들었던 계책입니다. 도광양회가 역사의 책장에서 걸어 나와 유행하게 된 계기는 '중국경제의 설계사'로 불리는 등소평이 1990년대 중국의 대외정책을 '28자로 된 방침'으로 발표하면서 입니다. 28자로 된 방침은 중국의 국익이나 정체성에 심각한 손상을 가하지 않는 한, 꼭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만 할 일을 하되, 낮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국력을 길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덩샤오핑의 중국 외교방향을 제시한 소위 ‘28자 방침’은 먼저 ‘냉정한 관찰(冷??察)’입니다. 중국이 어떤 입장을 내거나 행동을 취하기 전에 국제정세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변화되어 가는지를 냉정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스스로 내부의 질서와 역량을 공고히 하고(?住?脚), 중국의 국력과 이익을 고려해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하며(?着?付), 밖으로 능력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기르면서(?光?晦), 능력이 없는 듯 낮은 기조를 유지하는 데 능숙해야 하고(善于藏拙), 절대로 앞에 나서서 우두머리가 되려 하지 말되(?不??), 꼭 해야만 하는 일은 하라(有所作?)는 것입니다.

이번 중국의 2021년 경제계획과 2025년까지 14차5개년의 계획발표를 보면서 “아 등소평이 다시 살아 돌아왔구나”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의 분량을 보면 통상 2만자가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1만6510자로 코로나로 비상 상황이었던 2020년을 예외로 치면 역대로 가장 짧은 업무보고였습니다. 통상 11~13일에 걸쳐 양회의를 개최하는데 이번에는 일정을 7일로 단축해 버렸습니다. 정부업무보고에도 과거에는 반드시 들어갔던 중요한 수치에 대한 언급이 대거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 고용, 물가, 재정적자 정도만 슬쩍 언급하고 넘어가 버렸습니다

중국의 이런 일련의 행동들은 바로 미국과의 2차전쟁을 앞두고 몸을 낮추고 상대의 동태를 살피고 공격의 포인트를 잡기위한 일환으로 보입니다. 바로 등소평의 도광양회 전략이지요. 중국은 코로나19에서 살아 남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성장을 하고 2021년에도 전세계 주요국 중 최대의 성장을 보인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실력을 감추고 페인팅 모션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중국을 보면서 앞으로 중국의 속내를 알아내려면 엄청난 노력과 연구를 하지 않으면 진짜 중국의 모습을 알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6% 이상(以上), 6% 좌우(左右), 6~6.5% 구간(??)…무슨 차이일까?
중국말은 단어를 알아도 그 단어를 사용한 배경을 모르면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외국유학생들이 중국에서 4년제대학을 나와도 중국신문의 헤드라인을 제대로 해석하기 어려운 나라가 중국입니다. 표의문자의 나라 중국, 모든 단어와 표현에 역사적 배경이 숨겨져 있고, 표현에는 비유를 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을 제대로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발생으로 양회의를 3월이 아닌 5월에 겨우 형식적으로 치렀고 경제성장 목표도 발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020년 양회의는 경제성장 목표가 없습니다.

2021년 양회의에서 중국경제 성장목표가 발표됐습니다. 그런데 2021년에는 경제성장목표를 얘기하는데 중국은 아주 묘한 표현(?)을 했습니다. 경제성장율 목표를 '6%이상(以上)'이라고 두루뭉실하게 얘기했습니다. 서방언론은 6%성장을 한다고 해석하고 6%로 헤드라인을 날렸지만 정말 6%성장일까요?

중국이 6%대 성장을 성장목표로 내 건 덕은 2017년부터인데 그 표현이 아주 요상합니다. 6%면 그냥 6%라고 쓰면 될 것을 2017~18년에는 6%좌우(左右)라고 썼고, 2019년에는 6~6.5%구간(??)을 제시했고 2020년에는 목표치를 제시하지 못했고 2021년에는 새로운 표현인 6%이상(以上)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도대체 6%좌우(左右), 6-6.5%구간(??), 6%이상(以上)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2015년 이전에는 중국정부는 성장률 목표수치를 8%, 7%, 10% 등으로 수치를 정확하게 못 박았습니다. 2016년부터 좌우(左右), 구간(??), 이상(以上) 이라고 하는 접미사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바로 중국의 경제가 커졌고 대내외변수의 영향력이 커져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규모 폐쇄경제일때는 정부가 계획하는 데로 일사불란하게 이룰 수 있었지만 세계 2위의 경제권으로 그리고 미국의 60~70%대에 달하는 거대 경제규모가 된 지금 이젠 중국 정부의 뜻대로 경제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의 간접적인 고백인 셈입니다

중국이 2021년 성장률 목표를 6%이상(以上)으로 잡은 데는 3가지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 고용, 둘째, 미국과의 전쟁 셋째, 성장모형의 변화입니다.

첫 번째로 중국의 '6%이상(以上)' 성장목표는 '신규고용을 1300만명이상(以上)'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GDP를 서방과 달리 해석해야 합니다. 중국의 GDP는 고용지표입니다. 14억의 인구 중 아직 40%인 5억6000만명이 농촌에 살고, 연간 900만명의 대졸자가 쏟아져 나옵니다. 중국은 GDP 1%당 신규고용을 최하 1100만명 이상은 유지해야 사회가 돌아가고 실제로는 매년 1300만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GDP가 2.3%성장에 그치는 바람에 고용문제가 심각해 졌습니다. 2020년에는 성장률 하락으로 신규고용이 1186만명에 그쳐 2021년에는 2020년의 부족분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이상(以上)'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입니다. 중국은 GDP 1%당 신규 고용자수가 산업구조 고도화로 2009년 130만명에서 2019년에는 223만명으로 높아졌습니다. 2021년에 '6%이상(以上)'의 성장목표는 223만명X6='1338만명 이상(以上)의 고용'을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야 합니다.

둘째, 미국과의 전쟁입니다.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도광양회(?光?晦)전략인 것입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중국책임론은 거론하는 상황이고 반중정서가 최악인 상황에서 중국이 고성장 한다고 떠드는 것은 미국의 반발과 자극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 있는 경제수치는 모두 삭제하고 기본적인 수치도 두리뭉실하게 2019년과 비슷하게 목표를 잡은 것입니다. 중국은 세계 2대 경제권의 나라, 세계1위의 무역대국인 나라, 내수와 수출이 같이 순환하는 '쌍순환경제'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2021년 경제계획에서 수출, 수입, 환율에 관한 목표 수치나 미국과 통상문제에 관한 얘기는 단 한 줄도 없습니다. 예년 같으면 자랑으로 넘쳐 났을 첨단산업 육성과 신기술개발 성과나 정책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미국과의 기술전쟁에 대비해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꼼수입니다.

셋째, 중국의 경제성장모형의 전환입니다. 성장률 절대수치가 아니라 내부 구조전환에 중점을 둔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1만6510자의 정부업무보고 자료를 찬찬히 읽어보면 2020년대비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바로 혁신(?新)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71%에 달한 경제규모로 미국을 추격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추월하려면 미국 베끼기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고백한 것입니다. 이젠 몸집(규모)으로 승부하는 것은 끝났고 근육(기술)으로 승부한다는 것입니다.

경제는 6%대 성장해서 1300만명정도 신규고용만 유지하면 성장률이 6%든 6.5%든 7%든 신경 안 쓴다는 것입니다. 2021년 중국의 성장목표 6%는 성장의 마지노선을 얘기한 것으로 최악에도 이정도는 한다는 것입니다. 6%대 이상만 가면 외형은 신경 쓰지 않고 기술개발과 신성장산업 육성에 올인한다는 얘깁니다.

중국은 이번 양회의 14.5계획에서 신소재산업, 고속철도 여객기 같은 첨단 중장비산업, 스마트제조와 로봇산업, 항공기엔진, 위성시스템, 신에너지차 및 스마트자동차, 첨단의료장비와 바이오신약, 농기계 산업 등의 8대산업을 육성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35년까지 인공지능, 양자통신, 반도체, 뇌 과학, 유전자 바이오, 임상및 핼스케어, 우주와 심해 극지탐사 기술 등 7대 과학기술에서 돌파구를 확보하겠다는 얘기도 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젠 세계의 머슴 중국, 시멘트와 철강으로 만든 중국은 잊어 달라는 것이지요.
중국은 진짜 GDP 성장률 목표를 얼마로 잡았을까?
발표용으로 6%이상(以上)의 성장목표를 잡은 중국, 내부적으로는 진짜 몇 %성장을 목표로 잡았을까요? 중국의 정부업무보고서를 조각 맞추기 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중국정부가 재정적자 목표를 3.6%에서 2021년에는 3.4%로 낮추고 재정적자를 2020년 3.76조위안에서 3.57조위안으로 축소한다는 데서 역추산 할 수 있습니다.

바로 명목 GDP로 8.9%를 달성하겠다는 소리입니다. 중국의 목표 소비자물가지표(CPI)는 3.0%지만 시장 컨센선스는 1.27%선입니다. 중국정부의 CPI의 목표대비 실제달성비율은 71%선이고 이를 적용해 보면 중국정부가 내심 잡고 있는 2021년 성장목표는 최하 6.8% 최대 7.6% 선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6~7%의 성장은 미·중의 경제규모의 역전시기를 예측하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합니다. '72의 법칙'을 적용해보면 6~7%의 성장을 지속한다면 10~12년내로 중국경제가 미국의 2배가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미국의 71%수준인 중국의 경제규모가 2배가 되면 중국은 미국경제규모를 당연히 추월하는 겁니다. 그런데 71%에서 100%대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성장률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 추세라면 대략 그 시기는 향후 7~9년 사이입니다. 미국, 영국, 일본의 경제예측기관들은 2027~2028년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시기라는 예측을 쏟아내는 이유입니다.

한국의 수많은 유튜브와 개인미디어에는 중국신용위기설, 부동산 버블붕괴설, 금융위기설, 국유기업 부도로 인한 경제위기설이 넘쳐납니다만 중국은 여전히 멀쩡하게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바로 이웃에 있고, 10~15년 내에 경제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를 할지도 모르는 중국에 대해 무심하다 못해, 엉터리 정보의 홍수에 빠져있습니다. 중국위기론이나 중국붕괴론에 함몰된 느낌입니다. 절대적인 중국 정보부족과 정보 비대칭이 가져온 현상입니다.

중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정 섞지 말고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 중국연구를 정말 많이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어설프게 중국위기론 붕괴론만 노래 부르고 있으면 또 당합니다. 정확하고 예리하게 판단해야 오판을 막을 수 있고, 중국에 당하는 것을 방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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