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늦게 핀 꽃 '레이트 블루머'

입력 2021-03-10 17:51   수정 2021-03-11 00:22

평균 30세인 4인조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가 단연 화제다. 4년 전 발매한 ‘롤린’이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기록적 역주행 때문이다. 군부대 위문공연을 많이 다녀 ‘군통령’으로 기억한 전역 장병들이 과거 공연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게 대박을 쳤다. 10년 무명생활에 불과 얼마 전 그룹 해체까지 얘기했다는데, 이런 반전이 없다.

배우 윤여정(74)의 연기 인생도 오버랩된다. 49년 전 데뷔 후 미국 이민과 이혼, 경력단절의 어려움을 딛고 2003년 다시 승부를 건 그다. TV 예능으로 인기를 모으고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까지 오르내리지만, “내가 말년이 좋아”라고 천연덕스럽게 반응하는 게 그의 매력이다. ‘아이 캔 스피크’로 재조명받은 배우 나문희(79), ‘낚시꾼 스윙’의 프로골퍼 최호성(47)도 그렇다. 뒤늦게 꽃피는 사람을 가리키는 ‘레이트 블루머(late bloomer)’들이다.

이와 반대로 천재, 신동, 소년급제한 사람을 일컫는 ‘얼리 블루머(early bloomer)’도 있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래리 페이지(구글) 등 빅테크기업 창업자들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조성진처럼 어떤 분야든 재능을 빨리 꽃피운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래도 보통사람들이 열광하는 쪽은 레이트 블루머다. 시련과 고난을 이겨낸 스토리에 감정이입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에도 ‘늦깎이’는 많다. 가정폭력과 이혼, 우울증으로 시달리다 《해리포터》라는 판타지를 풀어놓은 작가 조앤 롤링이 대표적이다. 루저(loser) 중 루저였으나 세계적 투자전문가로 인생역전한 켄 피셔, 50세 넘어서야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로 영화팬 시선을 사로잡은 배우 모건 프리먼,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도 뒤늦은 성공시대의 주인공들이다.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도 박사학위 없는 일반 기업의 평범한 회사원이란 점에서 같은 부류다.

신간 《레이트 블루머》의 저자 리치 칼가아드(포브스 발행인)는 레이트 블루머들이 호기심, 연민, 회복력, 평정심, 통찰력, 지혜라는 6가지 미덕을 가져 경쟁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피는 시기가 다를 뿐, 피지 않는 꽃은 없다. ‘풀꽃 시인’ 나태주가 정확히 짚었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꽃 피워봐/참 좋아’(풀꽃3)라고 했다. 삶은 멋진 긴 여정이고, 성공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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