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급등에도 '괜찮다'는 시장…일각선 '5월 위기설'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서]

입력 2021-03-11 08:01   수정 2021-03-11 08:06

경기 순환주와 가치주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 미국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10일(현지시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증시가 급락했던 게 며칠 전이었는데 어느새 전 고점을 다시 뚫은 겁니다.

이날 시장이 주목했던 ‘새로운 뉴스’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우선 물가 지표입니다.

미 노동부가 지난달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했는데, 작년 동기 대비 1.7% 상승(1월엔 1.4%)했습니다. 전달과 비교하면 0.4%(1월엔 0.3%) 뛰었습니다. 무엇보다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오른 데 따른 영향입니다.

지난달의 물가 상승률은 작년 2월(2.3%)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작년 평균치(1.2%)보다도 한참 높습니다. 그런데도 시장이 우려해 왔던 인플레이션 이슈가 불거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의 예측치에 거의 부합했다는 게 가장 큰 배경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이벤트는 10년 만기 미 국채의 응찰률이었습니다. 전날 3년 만기 국채(580억달러어치)의 평균 응찰률이 2.69배로,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국채 금리가 떨어졌는데 이날은 더 중요한 10년 만기 입찰이 진행됐습니다.

380억달러어치의 10년 만기 국채 응찰률은 평균 2.38배로 기록됐습니다. 직전 1년 간의 평균치(2.42배)보다 저조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예측에서 크게 벗어난 수치는 아니었기 때문에 시장이 안심했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의 유통 수익률은 연 1.53%로, 전날 대비 0.03%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또 1개월 이상~30년 이하의 모든 국채 수익률이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11일로 예정된 30년 만기 국채(240억달러어치) 입찰도 무난하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시장은 ‘조금 저조한 정도는 눈감아 주겠다’는 분위기입니다. 경기 부양책 및 경제 재개에 대한 기대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안정세가 상당기간 계속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월가에선 잇따라 경고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잠재돼 있는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때문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의 기저 효과(base effect)가 본격화하는 다음달부터 물가 상승폭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 작년 2월의 물가 상승률은 2.3%(전년 동기 대비)로 비교적 높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충격이 컸던 작년 3월엔 1.5%, 4월 0.3%, 5월 0.1%, 6월 0.6%에 그쳤습니다. 투자회사인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창업자는 “수 개월 후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 목표는 완전 고용과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입니다. Fed가 생각하는 완전 고용은 작년 2월 실업률인 3.5%를 조금 초과하는 정도입니다. 참고로 지난달 실업률은 6.2%였습니다.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0%이지만, ‘일정 기간의 평균’ 개념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2.0% 초과는 용인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뛸 경우입니다. 국채 금리가 치솟고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 국채 10년 만기 수익률이 기업·가계의 대출 금리와 직접 연동하는 만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겁니다.

이런 이유로 월가 일각에선 ‘5월 위기설’이 나옵니다. 다음달부터 물가가 뛰기 시작하고, 5월쯤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CNBC는 최근 “5월 소비자 물가는 2월 대비 두 배 수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백신 배포 확대로 경제가 재개되면 에너지뿐만 아니라 임금 항공료 숙식비 등이 모두 동시에 상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올들어 국제 유가는 30% 이상 올랐고, 구리 목재 등도 15%가량 뛰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률은 2008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미 제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제조사들의 수주 잔량은 2004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모건스탠리의 짐 캐런 글로벌 거시전략팀장은 “향후 몇 달간의 인플레이션 지수가 문제”라며 “증시 등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률이 결국 다시 낮아지더라도 올 봄엔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말까지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상회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대규모 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은 3%에 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내 물가 상승률이 3%(연평균 기준)를 넘으면, 2011년(3.2%) 이후 최고치가 됩니다.

최근 주식 및 채권 시장의 불안이 지속됐을 때 Fed가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시사하지 못한 것도, 이런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했다는 지적입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2.0%란 기대치를 추구하면서도, 너무 많이 뛰는 건 막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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